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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 Mar 03. 2020

일상으로의 초대

#너무 평범해서 가장 소중했고 그래서 소중한지 몰랐던 일상으로 

2월 21일, 엄마의 생일을 맞아 대구 집에 갈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가질 못하고 서울에 남았다. 연일 심각해지는 상황을 보며 나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가를, 내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내 평범함이 얼마나 빛나던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가족들과 집에서 밥을 먹고 있노라면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다. 근교에 나들이를 갈 때면 비행기를 타고 더 먼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었다. 붉게 지는 해를 등지고 집으로 걸어갈 때면 매일 보는 동네의 흔한 풍경이 아니라 티브이에서나 볼법한 낯선 동네에 가보고 싶었다. 친구와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면서는 이러고 있지 말고 여행이라도 가자고 말했다. 운전을 하다 차가 막힐 때면 노래를 흥얼거리면서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어딘가 탁 트인 곳을 달리고 싶었다. 


나는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무엇인가를 늘 꿈꿨다. 좀 더 특별하고 좀 더 새롭고 좀 더 낯선 것들을 말이다.  


그런데 일상이 무너져버린 지금, 내가 꿈꾸는 가장 특별한 순간은 내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했던 너무도 평범한 일상이다. 


너무 평범해서 가장 빛나던 일상

가족들과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고 싶다. 함께 근처에 나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싶다. 막 불어오기 시작한 봄 냄새를 마음껏 맡으며 노을이 지는 길을 걸어 집으로 가고 싶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이이를 부르는 엄마들의 목소리,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간간히 들리는 피아노 소리가 듣고 싶다. 친구와 만나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싶다. 차가 막히는 도로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싶다. 사람이 가득한 지하철을 타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약속 장소에 가고 싶다. 예쁜 카페를 찾아 맛있는 케이크 한 조각을 시켜놓고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 


어느 것 하나도 해보고 싶었던 적 없이 그저 당연하게 누릴 수 있었던 나의 일상이.. 이제는 하기를 소망하는 것들이 되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당연히 되리라 믿었으나, 나는 이제 두렵다.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봐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의 눈물과 땀에서 희망을 본다.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고 함께 일어서려 애쓰는 이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 그리고 그렇게 있으리라 믿는다.  


모든 사람들이 아무런 아픔 없이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평범해서 더 소중했고 그래서 소중한지 몰랐던 일상이 다시 우리 곁으로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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