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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rasee 플로라씨 Jun 19. 2017

6월의 농장.

고맙구나. 고맙구나.

왔다. 농장이다.
몇 주를 몇 달을 움직이면 안된다는 조리기간에 오고싶었던 곳은 여기다. 여기서는 마음이 편해진다.



고개를 돌리는 곳곳에서 접시꽃이 맞아준다.


아빠가 새긴 글귀가 앉은 나무판에도 시간이 내려 쪼개어졌나보다.


어디 하나 손이 가지않은 곳이 없어

나는 오면 여기저길 살핀다.



감나무를 심고 든든한 자리를 만들어 꽃도 함께 하게 뒀다.


그늘막은 자기 역할을 다하는 중이다.

열일한 호미 세 자루가 그 안에서 쉰다.


그늘막 뒤켠에는 타고 올라가 자리를 잡을 박이 자라고 있다.


'나도 클 거에요' 하고 어깨를 세운 포도나무도 한 그루 있다.


꽃에 못보던 좀 다른 벌들이 앉았다.

신기하기는 했지만 무서워 얼른 찍고 비켜섰다.


농장을 둘러선 울타리를 따라 심어둔 꽃들이 환하게 얼굴을 내밀어준다.


이에 질세라 열매를 맺으려 꽃을 피우고

이미 맺은 아이들도 빼꼼빼꼼 나서는 중이다.


누구 하나 스러져서 자기자리를 잃을까 둘레둘레에 막대로 돌로 둘러주셨다.


감자를 캐서 주려는 엄마 옆으로 서로랑 조카 정우가 섰다. 예상을 뒤엎는 말들로 우리 엄마를 바쁘게 만들어주는 손자역을 충실히해내는 녀석들.


이 날의 주인공 생일이었던 우리언니. 늘 지나고나면 생각난다. 엄마한테 언니낳느라 수고하셨어요. 하는 말을 하지 못했다.


또 올께.

그 때도 안겨있을 둘째 덕에 잠깐잠깐이겠지만.
나는 여기가 참 좋아서 좋아하는 사람들 초대해서 데려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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