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이냐 임용이냐 아니면..

할머니가 되어서도 생각날 일

by 봄비설기

때는 2018년, 4-5학기 대학원 마지막의 시간이 다가왔다.

2018년은 나에게 정말 정말 도전의 해였다.


대학원 마지막 두 학기를 이수하면서,

논문을 쓰면서,

임용합격을 하겠다는

당찬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모두 다 해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나는 평소에도 멀티가 전혀 되지 않고

하나에 몰두하면 다른 것들은 신경쓰지 못한다.


그럼 뭣이 더 중할까?


내가 임용을 준비하던 해, 2018년은

'상담교사 도전 안하면 바보' 라는 소리가 있을 만큼

상담교사 티오가 많은 해였다.

2017년도부터 갑자기 경기도에서만 100명대를 뽑기 시작했고,

그 추세와 흐름이 이어지던 해였기 때문.

임용은, 특히 비교과는 티오가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합격하기 정말 좋은 해였다.


그래서 내가 정말 임용을 해야 한다면

올해, 그리고 한번에 붙어야했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갑자기,

방황을 한다. 아니 하고 싶어졌다.


'나 정말 상담교사 되고 싶은 것 맞아?'

상담 안하면 안될까? 다른 일 해보면 안될까?


대학원은 1년만 더 다니면 졸업이고,

논문쓰고 임용준비만 하면 되는 시점이었다.


정말 여기서 내 진로는 이렇게 결정되어버리는 걸까.

스멀스멀 불안감이 몰려온다.

나 이거 정말 하고 싶은거 맞냐구.......


그 때 불현듯 스쳐지나가는 꿈, 아나운서..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방송부를 하고

발표와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중학교 때까지 장래희망이 아나운서였다.


그런데 상담을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잘 다니던 지금 이 시점,

갑자기 '아나운서는 한번 도전해보고 잘 안되면 돌아가면 안될까'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물론 그 꿈은 아나운서 학원을 등록하고 단 하루만에

엄마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지만.

아니, 결국 선택은 내가 한 것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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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학원 원장님의 말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부모님은 사실 당신을 잘 몰라요. 당신이 정말 뭘 하고 싶은지. 성장과정을 모두 함께 한 것은 아니기에.

그래서 선택은 당신이 하는 거에요. 아나운서를 해도 좋고, 교사를 해도 좋아요. 둘 다 될 가능성은 분명히 있어요. 다만, 선택을 하면 그 선택을 밀어붙이는 거에요. 뒤 돌아보지 말고. 미련 깔끔하게 버리고.'



그리고 나는 깊은 고심 끝에 잠깐의 방황을 끝내기로 한다.


누군가 그랬다.

나중에 할머니가 되어서도 생각날 일이면, 젊을 때 도전할 수 있을 때 한번 해봐야되지 않겠냐고.


용기가 부족했던 것도 맞고

선택과 집중을 했던 것도 맞다.

아무리 가난하고 어려웠어도

정말 하고 싶어하는 일을 향해 배고프게 달려가는 사람은 있기에.

그런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질투가 난다. 그 용기가 부러워죽겠다.


누구나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사는 꿈이 있다고 말하기에

나의 배고플 용기는 턱없이 부족했고

나의 열정은 미련하고 작았다.


나는 그래서 아직도 TV뉴스를 잘 보지 못하고,

아나운서들이 나오는 예능프로그램이나 아나운서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유투브 등을 길게 보지 못한다.

미련이 남아서도 맞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생각날 일이 맞기에.


그런데 내가 한 선택, 그 선택을 밀어붙이기로 결정했으니

내가 선택한 교사라는 자리에서

잘 살아왔다고 너무 즐겁고 뿌듯했다고

마무리 할 수 있다면.


혹 마무리가 꼭 상담교사는 아니더라도,

할머니가 되어서

상담을 전공하고 상담을 하며 살아와서

기쁘고 행복했다고 고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4,5학기를 달리고 논문을 쓰며

1년의 임용준비에 돌입한다.

미련 따위엔 눈길조차 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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