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의 정체

by LifeRpg

일요일 저녁이 되면 전국의 수많은 직장인은 동시에 가슴을 부여잡는다. 주말이 끝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다. 다가올 5일에 대한 막막함과 지나간 2일에 대한 아쉬움이 뒤섞여 묘한 기분을 만든다. 딱히 잘못 먹은 음식도 없는데 명치끝이 꽉 막힌 듯 답답하다. 심한 경우 머리가 지끈거리거나 배가 아프기도 하다.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세상이 멸망해 있기를 바라는 부질없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직장인이라면 겪어봤을 일요병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일요일 저녁에 느끼는 스트레스가 실제 월요일 오전 업무 시간에 느끼는 것보다 더 높다는 점이다. 상상 속에서 키워낸 월요일은 레벨 99짜리 최종 보스급이었지만 막상 마주한 현실의 월요일은 귀찮긴 해도 몇 번 공격하면 잡을 수 있는 적당한 몬스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대체 왜 쉬고 있는 일요일 저녁이 일하고 있는 월요일보다 더 괴로운 것일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예기 불안이라고 부른다. 사람의 뇌는 이미 닥친 고통보다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고통을 상상할 때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매를 맞는 순간보다 선생님이 회초리를 고르며 다가오는 그 시간이 더 공포스러운 것과 같다.


월요병을 극복하는 전략은 미래를 차단하는 것이다. 등산을 할 때 정상을 쳐다보면 숨이 턱 막히지만 당장 딛고 있는 발밑만 보고 걸으면 어느새 정상에 닿는 것과 같다. 이번 주 5일이라는 거대한 시간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자. 당신의 목표는 이번 주 버티기가 아니라 당장 눈앞의 오전 10시까지 버티기여야 한다. 딱 10분 혹은 1시간 단위로 시간을 잘게 썰어서 그 조각들만 하나씩 처리해 나가는 것이다. 거대한 바위는 들 수 없어도 쪼개진 자갈은 주머니에 넣고 가볍게 뛸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레벨은 생각보다 높고 월요일이라는 몬스터는 생각보다 허접하다. 우리는 지난주에도 그리고 지지난 주에도 이 녀석을 매주 무찌르고 보란 듯이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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