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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Oct 16. 2023

나중에라는 말은 나중에

요즘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스스로를 돌보고 돌아보는 기회가 많이 생기고 있다.

그렇게 나를 관찰하다 보니 내가 습관처럼 사용하던 말 중에 하나는 '나중에'였다.


연약함을 핑계로 한 귀차니즘을 심각히 달고 살던 나는 당장은 힘들고 피곤하니, 일단 '나중에~'라고 말해버리는 것이 습관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매일같이 피곤을 달고 살았기에 당장 뭘 할 수 있는 기운이 없기도 했었다. 


피곤이 나를 떠나지 못했던 이유들은 여러 가지를 거론할 수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만성 우울감에 의한 무력감이었을 것이다. 체력적으로는 크게 하자가 있을 상태가 아닌데도 매일같이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괴로울 만큼의 피로감을 느끼며 사는 것이 나만의 일(우울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한하는)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우울증이나 우울감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깊은 심해에서 끌어당기는 듯한 굉장한 끌어당김의 에너지를 모를 것이다. 빨려 들어갈 듯한 묵직한 무게감이 매일같이 내 어깨와 몸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다. 그저 누워있으면 그 모든 것에서 잠시 나다 해방될 수 있다. 


무튼, 이것은 서론이다.

이제는 무력감에서 벗어난 삶도 경험했기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운동으로 체력을 키운 이후부터 사람들이 그동안의 나를 얼마나 게으르고 나약하게 보았을지를 직감하게 되었다. 이렇게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하루에 몇 가지 일을 하면서도 피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월화수목금토일 모든 요일 바쁘게 살고 단 하루의 휴식을 갖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다는 사실을, 여러 가지 술을 섞어 마셔도 전혀 취하지 않고 다음 날 숙취도 없다는 사실을, 이런 마법 같은 일들이 똑같은 '나라는 사람'이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나는 그동안 내 몸에 문제가 있던 것이 아니라 정신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과거의 나의 정신을 개조하기 위해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혹은 중요했던 단어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보았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나중에'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나중이란 없다"


과거의 내가 했던 나중이란 말들은 거의 대부분이 현재로 소환되지 못했다. 매번 나중이라는 말과 함께 어느새 잊힌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누군가 떠올려준다면 생명력을 부여받을 수 있었지만, 내가 스스로 생명력을 부여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바뀌게 된 시점부터 나는 나중이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내일은 없다. 오늘만 있다는 생각 하에 철저히 지금, 바로, Right Now의 정신으로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바로바로 행하는 삶을 살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루는 습관을 없앨 수 있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운동도 꾸준히 나가게 되며 체력적으로도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난 주말 그동안 눈앞에 닥친 일들을 급하게 해결하느라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렸던 일들이 아직 처리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일들을 향한 내 마음은 '나중에'를 속삭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이 때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다시 또 다른 문을 열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걸을 때가 왔다. 조금씩 천천히라도 앞을 향해 나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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