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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Oct 23. 2023

매일 아침 고양이 알람이 울린다.


월요일 아침이 오는 것이 싫었던 나는 요즘 월요일이든 일요일이든 상관없이 아침이면 눈을 뜨고 있다. 

그 이유는 잠에서 깬 고양이가 놀아달라고 다가와 아침잠을 방해하며 나를 깨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주말과 평일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아침에는 고양이 밥을 챙기고 놀아주고 그렇게 출근준비도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고양이는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나에게 마치 올바른 생체리듬을 갖게 만들어주기 위해 나타난 선생님처럼 자야 할 시간과 일어나야 할 시간을 명확하게 알려준다. 


쉬는 시간에 휴대폰 앨범 정리를 하다가 예전에 찍어두었던 알버트 슈바이처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저 당시 나는 불행하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품고 살고 있던 시절이었고, 고양이를 데려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아기 고양이를 케어하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피곤하던 시절이라 저 문구에 완전한 공감은 하지 못한 상태였다. 언젠가 저 말에 공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글을 써야겠다 하는 심정으로 사진촬영만 해두었었다.


그렇게 저 사진을 찍은 지 2달 정도가 지난 것 같다.


지금은 고양이와 수면패턴이 조금씩 맞아지고 있고 고양이는 어느새 덩치도 많이 커졌고, 새로 만들어준 캣타워에 자신만의 공간을 갖기 시작하면서 분리불안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에도 예전에는 무조건 살이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붙어 자려했었는데 이제는 침대맡에서 나의 베개와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서도 잘 자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사는 구성원으로서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지만 연연하지는 않는 딱 좋은 우리만의 거리감을 터득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서로에게 스며들어가는 것이겠지.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한 편안한 사이가 되어가는 중인 것 같다.


이렇게 서로에게 편안한 거리감을 지키며 지내는 동안, 나는 사진 속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된 것 같다. 고양이 덕분에 나는 공허한 마음을 채우고 내 공간을 사랑하고 나를 아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고양이를 보면서 울고 웃고 또 배우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생이 불행보다는 행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처음 고양이를 데려오고 실제로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시절에는 주변에 고양이를 키운다는 말을 선뜻 먼 저 하지 못했었다. 당시에는 힘이 들어서 좋은 이야기보다는 힘든 이야기가 더 많이 떠올랐기도 했고, 고양이를 평생 케어할 자신이 없기도 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신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이제는 해낼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 고양이 덕분에 나는 작았던 내 그릇을 조금 더 넓히고 한층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휴대폰 알람이 아닌 고양이 알람이 지금처럼 매일같이 나를 깨워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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