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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Mar 18. 2024

과연 이번 소개팅의 결과는?

30대 중반에 가까워지는 나는 그간 많은 사람들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인간관계에 닳고 닳아 버렸다.

많은 사람들을 거치며 나의 시선은 자의든 타의든 희망적 시선에서 점차 회색빛 시선으로 바뀌어갔다. 나의 인생에 머물렀던 마음을 녹인 따스했던 만남의 기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어둡고 차갑고 잔인했던 날카로운 만남의 기억, 그것들이 남상처들만이 계속해서 안에 톱날바퀴처럼 남아 계속해서 나를 갉아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던 와중에 받게 된 이번 소개팅은 이런 나에게도 봄날같이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순간이 올까?라는 희망적인 생각으로부터가 아닌, 아주 우연한 계기로부터였다. 같은 팀에서 일하는 여동료가 최근 소개팅으로 맞는 사람을 만나 예쁜 연애를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생기를 되찾고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듯한 일상 속에 살며 사랑을 공유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럽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막상 부럽기는 했지만 나는 아직 새로운 사람을 다시 만나고 마음을 주고받을 만한 여유가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런 마음으로 주변 동료들하고 또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하루일과를 살아내고 있던 나에게 '소개 한 번 받아볼래?'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어차피 주말에 할 일도 없는데 만나나 볼까?' 하는 생각과 요즘 들어 자기 관리라는 것에 손을 놓고 살고 있었는데 '괜찮을까?' 하는 생각, 두 생각 사이에서 고민이 많이 됐지만 무슨 생각이었는지 갑자기 '그래도 해보고 후회하지 뭐!' 하는 생각으로 귀결이 되어 받기로 했다.


그것이 약 3주 전의 이야기이다.

 

오랜만에 받은 소개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마치 회사에 들어갈 때 면접을 보듯이 서류에 해당하는 사진과 기본 스펙 테스트를 통과하면 1차, 2차, 3차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다. 3차 면접까지 합격을 해야 채용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30대는 20대보다는 좋은 말로는 효율적으로 나쁜 말로는 계산적으로 사는 것 같다. 그래서 20대 때와는 달리 시간, 에너지, 돈을 아무 데나 함부로 쓰지 않으려 한다. 낭비할만한 체력과 시간이 현실적으로 적기도 하다. 이미 자신만의 입맛이 생겨버린 30대끼리의 만남은 주선을 해주는 것도, 그 소개팅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렇게 나는 올해 처음으로 한 사람을 소개받게 되었고, 굉장히 좋은 분위기로 첫 만남을 무사히 마쳤다.


첫 만남이 이루어진 그때까진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웠었다. 자라온 환경과 가족환경, 성격, 경제관념, 종교, 가치관 등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마치 짠 것처럼 비슷했다. 그렇다고 막 불타는 감정까진 아니었지만, 이성적으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


나는 혼자서 '이러다 결혼하는 거 아니야..?'라는 김칫국을 많이도 마셨고, 주변 사람들에게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고 다녔다. 


그렇게 기대하던 두 번째 만남이 있었다.


두구두구 그 결과는..?


안타깝게도, 두 번째 만남은 첫 번째 만남에 비해 많이 실망적이었다.

 

내가 첫 만남 때는 못 보았던 혹은 몰랐던 상대방의 캐주얼한 모습들과 무심한 태도와 말투가 나의 지나친 기대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상대방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던 것이 문제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각각의 만남으로 인해 평온했던 나의 감정은 회오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과 상황은 나를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감정.


'아 그냥 혼자 살아야겠다...'


다시금 인간관계에 체념하고 마음의 문을 닫으려고 하는 상처받은 나의 마음이 올라오고 있다.


두 번째 만남에서 나는 상대방이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들을 보며, 이성적 감정의 버튼을 On에서 Off로 바꾸게 되었다. 그 이유는 첫 만남때와는 달리 배려나 존중이 줄어들고 마치 친한 친구나 동생을 대하는 듯한 편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나는 노선을 확실하게 정하고 싶어졌다. 그 사람이랑 당장 뭘 하거나 사귀고 싶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의 마음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소개팅이라는 것이 나는 상대를 이성으로 보지만 상대가 그렇지 않다면 결국 이 관계는 어디에서든 끝을 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만남 내내 나에게 전달되는 설렘이나 떨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흔히 친한 친구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편안하고 조심성 없는 그런 감정쯤에 머물러 있을 것에 확신을 갖고 질문을 하였는데 상대방의 답은 의외로 그게 아니라는 답이었다.


'이건 또 무슨 전개이지...?' 


평소 촉이 좋은 나는 사람들의 감정선을 잘 캐치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근거를 확보하기 때문에 그 결과가 틀리는 일은 적은 편이다. 특히나 사람 간의 관계는 더욱 그러하다. 상대방의 진실한 마음은 행동, 말투, 표정으로 전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파악해서 내린 결론이 '아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상대방은 아직 성급하다고 생각한다며 3번의 만남을 강조하였다. 

3번은 만나야 마음에 확신이 들 것 같다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말에는 동의를 하지 못했다.

2번 정도만 만나도 어느 정도 상대에 대한 파악은 끝났고 그 상대와 함께 할 수 있는지 여부도 마음속에 결정되어 있을 거라 본다. 그 선택에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무언가 확실하게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 상대인 것이다.


3번 만나면 없던 감정이 생길 수 있다? -> 없다고 본다.

3번 만나서 있던 감정이 사라질 수 있다? ->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난 3번째 만남에 앞서 지금 내 현재의 감정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상대방이 나에게 최선의 사람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또한 상대에게 최선이 되었으면 한다. 그저 그런 어줍지 않은 상대방의 짝이 되기 위해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확신이 없는 상대를 위해 3번째 만남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마음속 한편에 해소되지 않은 채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다음 만남이 이루어질지 이루어지지 않을지 또 모르는 일이 될 것 같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지난 3주라는 시간이 아깝지 않고 아쉽지 않다. 그때그때의 만남에 최선을 다했기에 어떠한 결과에도 순응하고 다시 내가 존재해야 현실로 잘 돌아올 있을 것 같다.


다음 만남은 이번 주말로 예정되어 있다.

과연...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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