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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황주황 Oct 28. 2020

그래서 가을 하늘은 높나보다

영덕에서 맞이한 가을

 사람들은 계절변화보다 온도변화에 민감하다. 제체기를 하며 환절기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아침에 옷의 두께를 걱정한다. 나도 차박을 하며 시린 발까락으로 가을 기온을 느꼈지만, 정서적 가을은 차가워진 공기에서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여름보다 기온이 떨어졌다고 우리는 가을을 맞이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변화하는 계절을 즐기기 위해서 벚꽃, 단풍구경을 떠나 놓치고 싶지 않은 계절의 아름다운 순간을 눈에 담아 둔다. 가을을 찾으려고 떠난 여행은 아니였지면, 나는 경북 영덕에서 가을과 우연히 마주쳤다.

 

영덕 메타세콰이어 숲


 영덕 메타세콰이어 숲에서 산책하고 적당한 벤치에 앉아 시간 가는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푹푹찌는 여름에는 카페 에어컨 및에서 책을 읽는게 몰입력이 좋다. 가을은 전자책 하나 들고 적당한 그늘하나 찾으면 그곳이 책방이다. 높은 하늘에 시원한 바람이면 실내에 들어가기 싫을 정도로 쾌적하다. 높고 길쭉한 숲의 나무들이 너무 빽빽하지도, 앙상하지도 않아 적절한 그늘이 되어준다.


길가의 코스모스



 메타세콰이어 숲에서 나와 차를 몰고 나오는데, 길 따라 피어있는 코스모스에 홀려 다시 주차한다. 봄의 꽃은 참 화려하고 알록달록 하지만, 코스모스의 파스텔 톤의 은은한 보라색과 분홍빛이 참 좋다. 코스모스가 단풍과 고추잠자리에게 주인공 자리를 양보했나보다. 한발짝 물러서 길따라 저렇게 낮게 은은한 색을 내나보다.



괴시 한옥마을 감나무


 가을이 오면서 여기저기 색이 변하기 시작한다. 기왓집 담벼락에 감나무가 열려있다. 조금더 익기를 두는 건지, 새들을 위해 남겨두는 건지 나무는거의 앙상해져 가는데 감만 붉게 나무에 달려있다. 담벼락의 무성하던 덩쿨잎들도 붉게 물들었다. 논에는 벼를 배고 남은 꼬다리에 황금빛 여운이 남아있다. 



 괴시리 마을의 뒷산과 담장들이 산책하는 이들에게 정겨움을 준다. 그렇게 담장길 따라 걷다보면 마을 중간에 초가을의 상징 해바라기가 잔뜩 모여있다. 해바라기의 얼굴도 만개를 지나 조금은 푸석해 보였다. 푸석한 얼굴에서 쓸쓸한 가을이 묻어난다.   


괴시리 한옥마을 해바라기 밭

 

 가을의 맑고 높은 햇살이 황금빛 풍요로운 것들과 붉게 물들어가는 잎들을 더 찬란하게 해준다. 그렇게 추운 겨울을 적응 할 수 있게 그해 마지막 온기를 주며 가을 하늘은 점점 높아지며 멀어지나 보다. 맑게 비춰 빛나고 멀어지며 쓸쓸해지나 보다. 가을은 그래서 하늘이 높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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