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점 #식습관의인문학 #내가먹고싶은음식이진짜먹고싶은음식일까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으며 살고 있다.
음식을 결정하고 그것을 사 먹는다.
사 먹는 음식은 온전히 우리, 나의 결정일까.
난 어릴 적부터 식탐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편식이라고 해야 될까.
먹고자 하는 몇 가지 음식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내 힘으로 돈을 벌어 먹을거리를 사 먹기 전엔 엄마의 음식이 곧 나의 음식이었다.
엄마는 막내인 나를 무척 예뻐했다.
그래서 반찬투정을 받아주셨고 편식을 이해해주셨다.
성인이 되고부터는 대학 때문에 지금까지 바깥 음식을 먹고 있다.
편식을 했지만 나름 건강했던 엄마 밥이 지켜주던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패스트푸드, 편의점 음식, 강한 양념의 음식들.
그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늘 다양하게 사 먹는 것 같았지만 패턴이 있었다.
당 떨어졌다면 초콜릿, 음료수를 먹었고, 밤만 되면 야식이 사 먹고 싶었다.
치킨과 족발 그 외 먹거리들.
밖엔 먹을거리로 넘치고 식당도 넘쳐난다.
이게 전부 내가 사 먹고 싶어 하던 음식일까.
학부 마케팅 강의 때 교수님께서 이런 말을 했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의지대로 살 수 있지만(live) 의지대로 살 수 없다(buy), 지금도 그렇겠지만 좀 더 살아보면 의지대로 살 수도 없을 거다(live)”
내가 배고파서 먹고 싶은걸 사 먹는다고 생각한다.
그 결정이 순수할까.
주위를 둘러보라.
한 순간도 광고가 아닌 게 없는 게 현대 사회이다.
어느 순간이든지 사적인 공간까지 제품의 광고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다.
심지어 미디어에선 언제, 어디에서는 어떤 것을 먹어라는 식의 노출이 빈번하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것들 중에 하나가 ‘소주’이다.
미디어에서 누군가 힘이 들면 늘 소주를 마신다.
나도 힘들고 지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술을 마셨다.
그런데 그럴 때 술을 먹으면 더 힘들어지기만 했다.
오히려 그럴 때 모든 걸 멈추고 온전히 쉬거나, 재밌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이 됐다.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나의 경우엔 기쁠 땐 술을 마시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다.
이렇게 현대 사회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케팅과 사회의 관습적인 면을 통해 선택의 오류가 생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음식들은 나의 뇌에서 열망하는 음식은 아니다.
아직도 양념이 강한 음식, 튀긴 음식, 달달한 음식들이 먹고 싶다.
지금은 내 몸이 요구하는 음식을 먹고 있다.
내 몸이 요구하는 음식들이긴 하지만 이 또한 틀릴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 몸에 맞는 정상체중이 됐고, 피부도 좋아졌고, 머리도 맑아졌다.
무엇보다 심한 내분비장애가 사라졌다.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됐다.
사람은 음식으로 움직이는 자동차와 같다.
그래서 먹어야 되는 음식을 먹기로 했고, 이것이 ‘어스라이프’의 시작이었다.
-EARTH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