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의 개인심리학으로 보는 "열등감 폭발"의 재정의
"열폭"이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열등감 폭발"이라는 단어의 줄임말인데요. 이는 꾹꾹 참았던 열등감이 폭발하는 순간을 이르는 말로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에서도 다뤄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한두 번은 경험해 봤을, 아주 흔한 감정입니다. 그리고 열폭이라는 말은 왠지 모르게 부정적 느낌을 풍깁니다. 꾹꾹 숨겨왔던 나의 치부가 드러나는 순간, 이성적 사고가 끊기고 때로는 인간관계에 큰 손상이 가기도 하며 우울감을 심화시키고 폭행이나 복수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기도 하죠. 열폭의 결과는, 파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열등감은 정말 나쁜 것일까요? 열등감 자체가 나쁘기 때문에 "열등감이 폭발"할 경우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시나요? 개인심리학의 창시자 알프레드 아들러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은 열등감을 갖고 있으며 개인의 삶의 큰 목표 중 하나는 그러한 열등감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6형제 중에 둘째로 태어났어요. 그거 아세요? 둘째는 위에 치이고 밑에도 치이는 거. 형 이름은 지그문트이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인데... 기분 탓이겠죠? 완전 엄친아에요. 엄청 똑똑한 데다가, 엄마도 항상 형부터 챙기시곤 해요. 저는 엄마가 저를 좀 더 사랑해줬으면 좋겠는데... 저보다는 또 동생을 더 예뻐하고 사랑하는 것 같아서 그게 또 싫더라구요.
그런데 동생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서, 너무 어린 나이에 죽고 말았어요. 내가 동생을 미워하지 않았더라면, 동생이 좀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요? 가끔은 저 때문에 동생이 일찍 죽은 것 같아서 죄책감을 느끼곤 해요.
전 어릴 때부터 많이 아팠어요. 골연화증, 폐렴... 너무 많은 병에 걸려서 기억도 잘 안 나네요. 제 어릴 때 기억은 항상 병원에 가 있거나, 침대에 누워 있거나 한 기억밖에 없어요. 그래서 학교 수업도 제대로 들을 수 없었어요. 당연히 낙제를 밥 먹듯 했죠. 담임선생님은 저보고 어차피 계속 이렇게 낙제하고 공부도 제대로 못할 거, 그냥 자퇴를 하라고 권하시더라고요. 자퇴 하고 구두나 만드는 단순한 일을 하는게 낫겠다면서요.
그런데 저희 아빠가 엄청 멋있었던 게, 선생님 의견에 반대하면서 저를 끝까지 믿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때 제가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몰라요. 앞으로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아빠 덕분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반에서 1등도 했지 뭐에요? 선생님이 정말 놀라셨을 거에요. 저는 어렸을 때 많이 아팠고, 동생이 일찍 죽었기에 나중에 커서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죠.
어렸을 때 저는 항상 부족한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몸도 약하고, 형이나 동생만큼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해서 질투도 했었죠. 그러나 저는 "하면 된다"를 좌우명 삼아서 정말 모든지 열심히 했어요. 돌이켜 보면 이때부터 저는 "열등감"이라는 개념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많은 형제자매와, 또래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했고 많은 한계를 이겨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타고난 신체적 한계와 운명을 거부하고, 열등감을 극복한 저에게 칭찬해주고 싶어요."
아들러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 형태로 각색해 보았는데요. 아들러는 선천적으로 병약하게 태어났고, 여러 형제자매 중 둘째로 태어나 우수한 형과 어린 동생들 사이에서 사랑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각종 병치레로 인해 학교에서 늘 낙제점을 받던 아들러는 선생님께 자퇴까지 권유받을 정도로 궁지에 내몰리지만, 아들러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아버지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여 훌륭한 의사, 그리고 훌륭한 학자가 되어 오늘날까지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혹시 인간중심치료로 유명한 칼 로저스를 아시나요? 오늘날 상담치료 이론 중 가장 활발히 사용되는 이론 중 하나로, 인본주의 사상을 담은 치료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칼 로저스도 어린 시절 건강이 좋지 않았고, 친구를 사귈 기회도 거의 없이 외로운 삶을 살았으나 이러한 삶을 극복하고 오늘날까지 큰 영향을 끼치는 이론을 만들어 내었죠. 또한, 인지치료의 창시자인 아론 벡도 어렸을 때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 밑에서 양육되었고, 크게 다친 것을 계기로 거의 죽을 위기에 처할 만큼 힘든 일을 겪었으나 스스로 뒤쳐져 있다고 인식하여 엄청난 노력을 통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났습니다.
우수한 심리치료이론을 창시한 유명한 심리학자들 중에서는 이렇게 어린 시절 고난을 겪었으나 그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엄청난 업적을 쌓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오히려 열등감이 그 사람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촉진하고 삶의 목표를 정해주어 사회에 큰 공헌을 하도록 유도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렇기에 "열등감"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기에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삶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열등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것인데 그것을 부정하면서 꼭꼭 숨기고,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 전전긍긍한다면 삶이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어질까요? 오히려 열등감이 느껴질 때, 그 열등감의 실체가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해 보고 이러한 에너지를 모아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열등감을 폭발"시키지 않고 "열등감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려보내" 면서 그 물을 모아 원하는 이상향의 목표를 향한 에너지로 전환시킨다면, 스트레스도 줄어들 뿐더러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