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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DY Mar 13. 2024

이 겨울 또한, 지나가리라

추운 콘텐츠 업계의 불황을 이겨내는 법

 아이러니하게도, 봄이 오는 순간은 겨울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는 꽃샘추위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살짝 따스해진 햇볕에 서둘러 간절기 옷들을 꺼내어 정리하는 순간, 야속하게도 추위가 찾아와 알록달록 밝은 옷들은 다시 옷장으로 숨어들곤 한다. 꽃이 피는 걸 샘내서 추워진다는 꽃샘추위는, 마치 꽃과 닮은 화사한 봄옷을 입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샘내는 것 같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두터운 겨울옷을 입고 나면, 어느 순간 봄은 성큼 다가와서 두터운 외투를 벗으라고 성화를 부린다. 


 현재 내가 종사하는 업계, 콘텐츠 업계는 쉽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다. 높아지는 제작비, 합병이나 인수 등으로 어수선한 플랫폼들의 상황, 코로나19 이후로 더욱 불확실해진 흥행 성적 등 어느 하나 쉬이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 있어도, 해당 산업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업계의 미래를 걱정하고 현재의 상황을 타파할 묘안을 짜내기 위해 고심한다. 마치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겨울이 온 것처럼 몸을 바싹 웅크리고 그저 이 추위가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생각해 보니 작년에도 간절기 옷은 며칠 못 입었다. 그렇지만 며칠 못 입을 줄 알면서도, 봄이 되기 전 예쁜 옷을 마련하는 것은 마치 연례행사와도 같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반영한 봄 옷 사기는 비록 오래 입지는 못하더라도 사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겨울이 비록 추울지언정, 언젠가는 따뜻한 봄날이 올 것이라고 믿기에 옷을 살 수 있듯이 지금의 콘텐츠 업계도 이러한 혹독한 추위를 견뎌낸 후에는 반드시 봄이 올 것이다. 그렇기에 그냥 납작 엎드려서 꼼짝없이 바람이 지나가길 기다리기보다, 바람이 조금씩 잦아질 때를 노려 무언가의 작은 도전이라도 해 보고자 한다. 쉽지 않은 시기에도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의 봄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욱 따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겨울이 추울수록, 잠깐의 따뜻함에도 마음이 설렌다. 비록 추운 콘텐츠 업계에서도, 소소하지만 열정을 담은 도전을 통해 작은 성취감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덜 추울 것이다. 언젠가 다가올 설렘 가득한 봄의 순간을 기다리며 오늘의 추위를 이겨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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