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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DY Mar 20. 2024

[사회심리in회사]남이 보면 더 잘해요

호손 효과(Hawthorne effect)

쾌적하고 적절한 환경을 갖춘 공간에서 업무의 능률이 오른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잘 알고있을 만큼 상식이 되었다. 1920년대 한창 산업심리학이 활발히 연구되던 시절, 엘튼 메이요라는 학자는 웨스턴 전기회사와 함께 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기로 했다. 실험 설계의 가설은 조명의 밝기와 생산성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전화기 케이블을 조립하는 호손 공장에서 어두운 조명 조건과 밝은 조명 조건을 비교하여 근무자가 얼마나 더 생산적일지를 비교했다. 


 그런데 실험의 결과는, 어두운 조명이든 밝은 조명이든 생산성이 높아져 두 조건 간의 차이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가설이 잘못된 것일까? 실험결과를 면밀하게 살펴본 연구자들은, 조명과 밝기 여부와 관계 없이 ‘실험을 한다는 사실’, 즉 실험자들이 근무자들을 ‘관찰’하고 있는 것이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실험은 실제로 연구하고자 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실험이지만, ‘호손 효과’ 라는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어 사회심리학, 조직심리학 등에서 추가적인 연구를 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일할 때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선호한다는데, 저 연구 결과는 감시자가 있어야만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코로나19의 유행 이후에 많은 기업에서 재택근무가 도입되었고, 워라밸의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유연근무제 또한 흔해졌다. 이렇게 근무조건과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때에 1920년대의 실험결과에서 얻은 결론을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인 것일까?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는 기본적으로 ‘근로자에게 자율성을 주면, 워라밸과 생산성 등 근로자가 높이 평가하는 가치를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며, 그것은 근로자 만족으로 이어져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게 된다’ 는 전제 하에 도입한다. 즉, 재택근무제와 유연근무제가 단순히 그저 근로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제도가 아니며 결국은 기업 또한 그 제도를 통해 이득을 보기 때문에 제도의 유용성이 있다. 가끔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를 악용하는 사례를 접하는데 ,(물론 그 소수의 사람 때문에 그 제도를 잘 활용하고 있는 다수의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악용하는 사람들은 제도의 도입 취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시 호손 효과로 돌아가면, 재택근무는 분명 유용하고 근로자의 만족을 높여주는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재택근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현장근무직을 제외하고서라도, 재택근무가 정말로 모든 상황에서 100% 더 나은 제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회사가 존속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데, 앞서 말한 호손 효과를 여기에 대입해 보면 재택근무자들은 본인 스스로의 강력한 의지만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하기 때문에 호손 효과가 적용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관찰’이라는 것은 관리자가 한 시도 쉬지 못하게 감시하거나, CCTV를 설치하여 일거수 일투족을 녹화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호손 공장에서의 실험처럼  공간에 같이 일하는 ‘누군가 가 존재한다는 것’,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재택근무 방식이 더 잘 맞아서 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 ‘일반적인 사람’을 가정했을 때에는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그 사람이 나를 채찍질하거나 감시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좀 더 잘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던지, 내지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자세를 고쳐 앉거나 최소한 엄한 딴 짓(?)을 안하게 된다던지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재택근무도 잘 활용한다는 조건 하에서는 매우 유용하며, 최근의 업무환경의 변화에 부합하는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잘 하고 싶은데 나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을 때 사람들은 때로는 힘든 환경에 일부러 노출되기도 한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 ‘누가 나 좀 잡아줬으면 좋겠다’, ‘누군가 날 좀 채찍질(?) 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 보지 않았는가? ‘호손 효과’는 아주 힘든 환경에 스스로를 던지지 않더라도 아주 간단하고 쉬운 방법으로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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