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을 자주 생각했던 때가 있다. 토성의 공전 주기는 30년, 사람은 30살이 되면 토성의 영향을 받는다고. 엄격한 스승이라 불리는 토성에게 덜 혼나기 위해서라도 박차고 나갔던 때가. 비슷한 곳을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때와 지금 기분은 사뭇 다르다.
싫다고 생각했던 일이 괜찮아지기도 하고,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 속에서 헤매기도 한다. 들판에 가면 달리고 싶고, 산에 가면 느긋하고 싶다. 무언가 괜찮아지기 시작하면 곧 나빠지고, 안 좋은 징조는 곧 별 탈 없어진다. 기분이란, 시간이란.
눈이 많이 왔다. 힘든 일들을 피해 가며 술자리에 의지했던 때가 있다. (지금도 가끔.) 낙원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지만, 도망친 곳엔 요원하기만 했다. 종이 더미 위에서 차라리 실컷 우니 마음이 편해진다. 바쁘단 핑계로 앞에 둔 사람들과 제대로 못 나눈 순간에 멈춰 사랑을 느낀다.
바람일까. 친구의 출산 소식, 대답 못한 대화들, 기약 없는 약속들, 그것들을 그냥 두고 나는 사실 집에 있다. 그치만 너희들을 더 사랑하기 위해, 도망치듯 떠나지 않기 위해, 좋은 마음 나누기 위해. 사실 대답하고 있다, 들리지 않게.
3층에서 5분만요. 힘들다고 나를 만나 손을 떨며 말하는 P를 보며, 안아주고 싶은데 안아줄 수 없어 미안했다. 모질게 대하는 사람이 밉다고 같이 욕하지 않는 게, 너에게 더 힘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게. 네 순수한 맘이 조용하고 따듯하게 쌓였으면 좋겠다. 저밖 하얗게 덮인 눈처럼.
새해 복 많이 받아. 종이 더미 위 춤추는 친구들 보낸 응원 문자 보며, 따듯하게 손 잡아주지 못해 미안했다. 네가 기뻐할 수 있는 모습 보여주는 게, 내가 더 힘낼 수밖에 없는 게. 우리 꿈꾸는 세상처럼 펑펑 울고 웃었으면 좋겠다. 이미 성큼 내린 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