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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Feb 23. 2024

멍(痏)

 J와 삼계탕을 먹었다. 논현에서 유명하다던.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그때 우린 꿈 얘길 많이 했다.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넌 바뀐 것 같은데, 난 사실 그대로야. 그런 말만 숨긴 채.


 어정쩡하게 앉아 있다 술을 마시러 갔다. J와 술을 많이 마신 건 처음이다. 넌 느끼는 게 참 많은데, 난 멈춰있는 것 같아, 라는 말을 듣고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참았다. 남 칭찬이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J가 부럽고, 고맙다.



 랜만에 L과 문자를 했다. 회사를 그만두기로 하고 만났던 마지막 술자리에서 그는 내게 죽고 싶다고 했었다. 겁이 났다. L 같은 사람이 죽고 싶다니, 무난한 삶이 거기 있는 줄 알았는데.


 둘째가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고. 역시, L은 단단한 사람이야.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처를 주면서도 뒤쫓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 쓰고 보니 징그럽지만… 전부 이해되는 말이다. 사랑은 불안, 두려움, 슬픔과 함께 온다. 인정하고 나니 차라리 후련하다.


 회사 앞 도서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빨래는 마음 일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빨래통에 있는 옷들을 보고 있으면 지난 일주일이 기억난다. 맘을 깨끗하게 해 주는 후련한 빨래. 겨울엔 여름보다 빨래가 적어서 아쉽다.



 해가 안 된다. 사랑이 왜 더 많아졌지. 어쩌면 다쳐 보는 것만이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걸까. 적어도 적어도 스스로는 납득 가능한.


 손목에 든 멍을 보며 지난 일주일을 생각한다. 손목도 빨래해 버릴 수 있을까. 마음도, 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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