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보다 더 장마 같은 일주일의 기상예보.
그리고 그 일주일 중 화요일이다.
절기로는 어제가 입추,
장마는 여름인데, 장마보다 가을비라고 해야 할까.
자유가 좋아 일을 그만뒀다는 누구,
나중에 듣자 하니 자유가 넘쳐 자유에 발이 걸려 넘어질 것 같다고 한다.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처음엔 몸이 안 보이다가, 머리도 안 보이고, 이내 그림자도 사라지는.
그렇게 세상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 누구들은
자유를 찾을 수 있었을까.
아니면 자기 하고 싶은 일이라도 찾을 수.
직장에서의 1년이 지날 때마다 껍데기가 단단해진다는 선배의 말,
이제 와 생각하니 그게 응원인지 충고인지 계시인지 헷갈린다.
세상 사람들 속으로 걸어 들어간 누구들도 자기 껍데기를 버리고,
새 껍데기를 찾아간다.
우연한 기회에 오디션을 했는데,
숨겨진 재능이 출중하다고 한다면. 어떨까.
그것도 줄리어드 음대 오디션에서.
그치만 거기 가려면 가족과 영영 만날 수 없어. 그럼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데뷔하지 않은 게 다행이야,
김XX이 우리나라에서 활동하지 않았으면 더 유명해졌을 텐데, 하고 생각할까.
김XX은 이미 유명하지 참.
장마 전 한창 더울 때,
할머니 보러 가는 길에 고모가 찾아준 네잎클로버.
고모 등에 땀이 막 나있던 게 생각난다.
고모는 멀리서도 내가 줄리어드에 간 걸 응원해 주겠지.
거기가 줄리어드 스쿨이 아니더라도.
내가 타고 온 자전거를 타고 다시 가고 싶다.
어딘지 모르겠지만, 일단 타면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편지함을 뒤적거리다 예전 엄마 친구에게 받은 편지를 본다.
2011년의 나는 그 나이에 적당한 성취를 이루고 축하도 받았나 보다.
지금도 다를 건 없다.
흘러간 편지들을 보며 그때 나를 생각한다.
큼지막한 감정들을 지나쳐 온 내 과거를 구경하는 일,
언제 해도 재밌다.
그리고 약간의 반성.
그리고 부동산 알림 소식을 얼른 읽고 있는 나를 보며 헛웃음.
지금도 다를 건 없다.
오늘은 화요일,
수, 목, 금, 토, 일요일까지 비 소식이다.
입추에 연달아 비가 많이 내리면 기청제를 지냈다고 한다.
벼가 무르익을 시기에 비가 많이 오면 농사를 망친다고.
기청제를 드린다.
흘러온 내가 기청제를 드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