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hen Waarts with Oregon Symphony
Samuel Barber - Concerto for violin and orchestra op.14
Stephen Waarts (Violin) / Hanna Lintu (Conductor) / Oregon Symphony
사무엘 바버는 현을 위한 아다지오라는 곡으로 알게된 작곡가인데 그 곡은 워낙 슬프고 죽음이나 엄청난 시련을 연상시키는 곡이다. (실제 바버 자신의 장례식에도 쓰였다고 한다.)
친구의 생일을 맞이해서 지난 주말 오레건 심포니의 공연을 가게 되었는데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거의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곡이라서 유투브로 하델리히와 길샤함의 연주를 들어보고 갔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게 원하는 곡들을 바로바로 들을 수도 있고, 대단한 공연들을 영상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우리는 참으로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워낙 인기있는 악기이므로 작곡가들도 바이올린 협주곡을 많이 남겼는데 멘델스존,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브람스, 브루흐, 시벨리우스 등등 자주 연주되는 곡들에 비해서는 바버 바이올린 협주곡은 상대적으로 덜 연주되는 편에 속한다.
곡 시작은 매우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시작되며 연주자와 오케스트라와의 조화가 잘 어울어진다. 테마 멜로디가 독주자와 오케스트라에 의해 번갈아가면서 연주되고 디즈니 동화를 연상시킬만큼 아름답고, 약간은 환상속으로 빨려들어갈 듯한 느낌을 준다. 2악장은 여느 협주곡들과 비슷하게 관악기가 열어주는데 오보에의 따뜻한 음색을 시작으로 첼로가 이어받아 부드럽게 현악기로 넘어가다 호른으로 전주를 마치고 바이올린 독주자가 등장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멜로디를 쓸 수 있었기에 바버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일 수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감성이 넘치는 선율이 이어진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약간은 평이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살짝 올라올 때, 2악장을 마치고 3악장으로 넘어가는데 둥둥둥둥 팀파니의 빠른 신호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는 갑자기 돌변하여 미친듯이 활을 그어야 한다. 닌텐도 게임 배경음악으로 써야 할 것 같이 매우 빠르고 박자에 딱딱 맞추어 점프가 가능해야 할 것 같은 극한 난이도의 패시지가 이어진다. 시작했는데 미세하게라도 손가락 꼬이면 완전 망하는 그런 부분의 연속이라서 초긴장 상태로 연주하는데 그렇다고 엄청난 빌드업도 아닌 쭉 이어지는 체력전이 요구된다. 마지막 악장이 너무 대비되는 반전이라서 관객들이 깜짝 놀랄 수 있고 그만큼 인상적인 마무리도 가능한 곡이라는 점에서 제대로 연주만 가능하다면 바이올리니스트들이 탐해 볼 만한 곡일 것이다.
이 곡이 어떻게 작곡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이야기가 있는데 한 돈 많던 비누공장 사장이 바버에게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자신의 양아들을 위해 협주곡 의뢰를 한 것이다. 의뢰 비용의 반절은 선입금을 했기에 바버는 선금을 받은 상태에서 작곡에 들어갔고, 브리셀리라는 이 바이올리니스트는 바버가 작곡해 온 1-2악장에 대해 음악이 나쁘진 않지만? 3악장은 자신의 테크닉과 기량을 맘껏 뽐낼 수 있도록 작곡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한다. 바버는 진심으로 그 요청을 받았고 정말 어렵게 불꽃음표들을 가득 넣어 3악장을 작곡해서 보여줬더니 브리셀리는 이 전 악장들과 어울리지 않고 너무 가볍다며? 거절하고 바꿀 것을 요청한다. (적당히 할 것이지…) 바버는 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말의 수정도 하지 않겠다고 했고, 결국 브리셀리는 초연의 권한을 포기하고 비누공장 사장님도 계약된 커미션의 반절을 지급하지 않게 된다. 그의 곡은 일년 정도 지난 후에 다른 바이올리니스트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로 초연이 되었고, 바버는 그 후에 반절밖에 수금하지 못한 자신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Concerto de Sapone (Soap Concerto) - 비누협주곡이라 불렀다고 한다.
스티븐 와츠라는 바이올리니스트는 처음 본 연주자였는데, 찾아보니 96년 생으로 아직 20대의 젊은 연주자이고, 18살에 2014년도 메뉴힌 콩쿨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다. (우리나라의 양인모 바이올리니스트가 같은 콩쿨에서 2위를 했다) 다음 해에 퀸엘리자베스에서 5위를 했는데 이러한 내용에 대해 프로그램북에 전혀 언급이 안되어 있어 나중에 찾아 보고 알았다. 이런 콩쿨우승 경력이 연주 기회를 늘려주는데 분명 도움이 될텐데 자기 소개에 언급하지 않은 걸 보면, 연주자의 요청으로 빠진 것인지, 아니면 주최측에서 굳이 중요하다 여기지 않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인지 궁금해졌다. 프로그램 북에는 최근 연주한 레파토리와 함께 한 악단 및 지휘자 소개 등 프로 연주자로써 하이라이트만 나열되어 있었다. 스티븐 와츠는 매우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었고, 멀리 앉아서 잘 안 보였지만 당연히 손가락도 길어 보였다. 크게 움직이지 않고 연주했고, 악기 소리가 오케스트라 소리에 조금 묻혀서 엄청 선명하고 크게 울리지는않았다. 1악장 중간 부분 스케일로 쭉 치고 나오는 부분에서 활이 튕기며 눈에 띄는 실수가 있었는데 연주자가 조금 티 안내고 능청스럽게 넘겨버렸으면 나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좀 있었다. 3악장은 젊은이의 패기 넘치는 속도와 테크닉이 빛나는 연주를 잘 들려주었고, 그걸 보면서, 아무나 이 곡 못하겠구나 싶기도 했다.
이렇게 잘 모르는 연주자를 신선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여서 즐거운 공연이었고, 두번째 곡으로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을 연주했는데 매우 좋았다. 핀란드 출신 지휘자가 시벨리우스 공연을 할 때에는 아무래도 더 잘 표현해 주는 것 같은 편견적 느낌이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