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섬처럼 떠도는 주민, 우리는
수줍은 꼭대기에서 만나기로 했지
다리를 건너 다리를 만들고
달을 돛 삼아 흘러가는 항해
그러다 노을에 가까워지면
다시 부서지기로 했어
쉽게 굽혀지는 무릎처럼
구부러지는 데엔 용기가 필요해
너무 낮아지면 쏟아질 거거든
그러면 왈칵이거나 와르르
찌그러지는 우리의 창백한 낯
우리는 같은 물성일 뿐인데
매일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내일의 높이는 알 수가 없어
오늘의 이름은 내일이 결정하겠네
산 둘레에 고여 있는 높이를 봐
느리게 웅성거리는 우리에게
꼭대기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
밀어내기 전에 떨어지는 온도
가만히보다는 움직여 볼 테지만
무엇이 되기엔 너무 일러서
와락 쏟아지고 말았어
엉망진창인 계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