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걍 Dec 13. 2020

오늘 날씨는 흐림


하늘을 섬처럼 떠도는 주민, 우리는

수줍은 꼭대기에서 만나기로 했지

다리를 건너 다리를 만들고

달을 돛 삼아 흘러가는 항해

그러다 노을에 가까워지면

다시 부서지기로 했어

쉽게 굽혀지는 무릎처럼

구부러지는 데엔 용기가 필요해

너무 낮아지면 쏟아질 거거든

그러면 왈칵이거나 와르르

찌그러지는 우리의 창백한 낯

우리는 같은 물성일 뿐인데

매일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내일의 높이는 알 수가 없어

오늘의 이름은 내일이 결정하겠네

산 둘레에 고여 있는 높이를 봐

느리게 웅성거리는 우리에게

꼭대기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

밀어내기 전에 떨어지는 온도

가만히보다는 움직여 볼 테지만

무엇이 되기엔 너무 일러서

와락 쏟아지고 말았어

엉망진창인 계절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분홍의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