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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본능이 재테크를 방해한다

by 은서아빠

사람들이 재테크에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구석기시대의 본능을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당장의 생존’이었다.


사냥에 성공하면 고기를 바로 먹고, 열매를 따면 곧장 소비했다. 내일은 보장되지 않았고, 저장했다가 상하거나 빼앗길 위험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때는 ‘미래를 위해 아끼는 것’보다 ‘지금 살아남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었다.


문제는 그 본능이 수십만 년의 세월을 지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구석기시대는 무려 250만 년 이상 지속됐다. 우리의 뇌는 여전히 단기적 보상, 즉 ‘지금 당장 얻는 만족’에 더 큰 쾌감을 느끼도록 설계돼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할인’, ‘지금 사야 이득’ 같은 말에 쉽게 흔들린다.


당장의 소비는 즐겁지만, 장기적인 투자 계획은 지루하고 멀게 느껴진다. 주식이나 ETF를 오래 들고 있으면 불안하고, 손해가 보이면 본능적으로 팔고 싶어진다. 이런 행동은 생존 본능에는 유리했지만, 재테크에는 치명적이다.


현대의 금융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 복리, 자산 배분, 장기 투자는 ‘즉각적인 생존’이 아니라 ‘시간과의 싸움’을 전제로 한다. 여유 자금을 꾸준히 불리고, 시장의 변동을 견디는 인내가 진짜 재테크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런 본능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첫째, 감정을 배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라. 월급이 들어오면 일정 금액이 자동으로 적금이나 ETF에 투자되게 설정하라. 한 번 세팅해 두면 본능의 개입 없이 장기 계획을 유지할 수 있다.


둘째, 장기 목표를 시각화하라. 10년 후 자산이 얼마나 늘어날지 계산해 그림이나 차트로 눈에 보이게 만들어라. 미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릴수록, 당장의 소비 유혹을 이길 힘이 생긴다.


셋째, 즉각적인 보상 대신 작은 성취를 즐겨라. 3개월간 적금을 유지하거나 목표 금액의 일부를 달성했을 때, 스스로를 칭찬하라. 이런 작은 성취감이 장기적 습관으로 이어진다.


구석기 본능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본능을 인식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약점이 아니다. 재테크란 결국,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의식적인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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