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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정 Jun 09. 2023

3. 고양이 식구가늘었어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VS 집사와 살아주고 있습니다

고양이 식구가 늘었어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3)


샤샤는 우리집 서열 제1위로 등극했다. 온갖 사랑을 독차지한 샤샤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다지 감동하지 않았다. '내가 젤 잘 나가'... 이런 기조였다. 원래 태생이 이쁜 것들의 자신감이랄까 샤샤의 고매함은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시종일관 수미쌍관이었다. 나는 샤샤의 사랑스러움과는 별개로 밥과 물을 바꿔주고 화장실 모래를 청소하고, 날리는 털 때문에 공기청정기 필터가 막히거나 옷에 붙은 고양이 털을 제거하느라 시간을 써야 했다. 그런데 또 한 마리의 고양이라니...





큰딸의 친구 부모님의 공장에서 돌보는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다 키울 수가 없어 위기에 놓인 새끼 고양이를 데려오게 된 것이다. 샴믹스묘로 얼굴이 작고 몸은 날렵한 검은색 고양이었다. 한 달은 어미와 두려 했는데 여의치 않아 생후 2주가 되었을 때 데려왔야 했다. '까망까망'이라고 아명으로 부르던 것이 이름이 되었지만 검은 고양이라서 까망이가 된 것은 아니다. 자라면서 눈자위는 치즈색이고 눈동자가 네이비색이라 '까망베르 드 블루벨벳'이라는 나름 귀족적?인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부르다 보니 '까망까망' 또는 '까망'이 되었다. 샤샤는 이 새로운 식구에 대해 별 거부감은 없었다. 어린 고양이라 그런지 별 경계 없이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친절을 베푸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의 관심이 아기 고양이에게 가는 것은 몹시 싫어했기에 우리는 역할 분담하듯 애정을 분담했다. 샤샤가 가장 사랑하는 막내아들은 무조건 샤샤를 담당하고 나머지는 경우에 따라서? 나는 까망이 담당이었다.




이야기 속 이야기(번 외 이야기)


어린 시절 꽤나 책이 꽂혀있는 책장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브리태니커나 세계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는(글씨도 빼곡했지만 사진도 함께 실린) 도감 같은 부류의 책들이었는데 당시에는 방문 판매로 전집을 파는 경우가 많았고 아마도 그렇게 책장에 꽂히기 시작한 책들이었을 게다. 지금도 기억하기는 초등학교 5학년 겨울 방학에 책장 속 계몽사(아마도 '소년소녀세계명작') 전집 50권을 다 읽으리라고 결심하고 1번부터 읽어 나갔다. 왜, 어떻게 그런 기특한 결심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읽기 싫은 책도 있었지만 1번부터 시작한 책 읽기를 중간에 그만둘 수는 없었고 꾸역꾸역 읽어 나갔다. 그러다 책 읽기보다는 미션을 완수하겠다는 결심에 겨울 방학이 끝나기 전에 50권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무리 재미없다고 27번에서 그만 둘 수야 없지 않은가. 그 전집에는 애드거 알란 포의 '검은 고양이'가 있었고 벽장 속의 고양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책을 읽은 것을 후회했었다. 게다가 어린 시절, 무서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볼지언정 놓치지 않았던 '전설의 고향'프로그램 속의 고양이도 기괴하고 섬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거의 '고양이 포비아'가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나인데 집사가 되었다니 내가 생각해도 놀랍다. 게다가 검은 고양이를 키운다니... 그런데 까망이는 내게 '내 고양이'였다.





집사와 살아주고 있습니다(3)


나는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아는 고양이다. 어떤 상황에도 고양이의 우아함을 배신하는 일은 내게 없다. 온 집안이 나의 영역이었고 나 홀로 이곳의 여왕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검은 놈 하나가 들어왔다. 아직은 어린것이라 에미가 거의 붙어서 먹이고 재우고 있는데 잘 가르치면 제법 고양이 구실을 할 것 같기도 하고 냄새가 나쁘지 않아 그대로 거두기로 마음먹었다. 게다가 나는 마음이 너그러운 고양이다. 제 어미를 떠나왔을 녀석을 생각하니 고된 묘생이 될 뻔한 것을 가까스로 피했구나 싶어 측은지심이 생기기도 했다. 그 녀석의 이름은 '까망베르 드 블루벨벳'이라는데 난 모르겠고! 집사 1이 애정하는 바였지만 쪼깐한 것에 마음 쓰고 싶지 않았다. 집사 1, 그러니까 에미가 지극히 돌보는 것으로 보아  어디가 잘못됐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을 겨우 뜨면서 무엇이 궁금한지 비틀거리며, 이것이 뭔지 여기가 어딘지하고 움직이는 녀석에게 허옇고 멀건 우유라는 것을 시작으로 영양제며 잠자리며 에미가 마음을 쓰는 눈치다. 그래도 나에게는 집사 3(마음 속 1번은 우리 오빠다)을 비롯한 식구들이 있다. 아직은 나의 치명적 시크와 도도함에 매료된 채 나의 애교 뒹굴 만으로도 눈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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