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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정 Jun 19. 2023

5. 샤를롯트 드 샤샤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VS 집사와 살아주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5)


고양이의 등장은 가족의 일상을 여러모로 바꿔 놓았다. 가족이 모두 장시간 집을 비우는 일이 없도록 서로 일정을 조절하기에 이르렀는데 다행히 한동안은 딸아이의 입시며 중요한 시험 등이 연이어 있다 보니 자연스레 가족 여행으로 모두 집을 비울 일도 없었고 그 후로는 고양이들을 두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가족 같은 지인을 만들어 두는 것이 방법일 뿐.



샤샤의 고매함이야 여러 차례언급했지만 샤샤는 우아 그 자체였다. 간식은 입에 대지도 않더니 까망이가 오고 간식을 먹는 것을 보더니 좀 달라졌다. 겉은 바삭한 크런치류인데 하루 권장량을 고려해서 한 번에 7개씩만 주고 있었다. 그런데 오전과 오후에 주는 간식 타임에도 샤샤는 간식을 향해 먼저 오는 법이 없었다. 간식을 담아 대령해야 한다고나 할까? 그나마도 제 때 시간을 맞추지 않거나 맘에 들지 않으면 꼭 1개를 남겼다. 우연인가 했지만 뭔가 맘에 들지 않을 땐 어김없이 간식 그릇엔 1개가 남아 있었다. 그런 샤샤의 행동에 웃음이 났지만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우아함을 저버리지 않는 샤샤가 신기했다. 아니 대견했달까... 물론 때로 애교도 부리고 알아달라 울기도 하지만 개냥이 기질은 어디에도 없는 우아시크냥이었다. 샤샤는 유난히 아들을 따라다녔는데 내 오빠는 내가 지킨다는 건가 싶었다. 애정을 쏟는 것은 딸아이가 더했는데도 덤덤하게 구는 아들을 더 좋아했다. 애정을 받은 만큼이 아닌 내 맘먹은 대로 사랑을 하는 샤샤였다.




집사와 살아주고 있습니다(5)


그러고 보니 내 이름 '샤샤'는 이 집에 온 후 '샤를롯트 드 샤샤'라는 풀 네임을 얻었다. 집사가 나랑 귀족 놀이나 하자고 붙인 이름은 아니겠지만 이름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려는 것이라면 굳이 사양할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까망이가 온 후 이 녀석의 행동이 거슬린다. 집사의 장난감 놀이에도 느닷없이 달려들고 혼자 드리블을 해대는 통에 천천히 즐기려는 나의 놀이는 번번이 무산된다. 그래도 봐주는 것은 녀석이 너무 어린 나이에 집에 온터라 나를 친누이라도 되는 양 잘 따른다는 것이다. 졸졸거리며 따라다니는 것이 귀찮기는 하지만 내 휘하에 한 마리쯤 거느리는 것이야 나쁘지 않다. 나는 이 집의 여왕이지 않은가!

녀석은 먹성도 좋아 사료 외에 야릇한 간식들도 잘 먹는데 그걸 보니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드는 게 아닌가. 먹어보니 그럭저럭 먹을 만한 것이 있기는 한데 간식으로 나를 유인하려들거나 재롱이라도 떨라는 집사의 의도라면 그건 어림없는 짓이다. 때론 잊었다가 내 눈치를 보고 급하게 간식을 내미는 꼴이라니 내가 언제 간식 하나에 이리저리 휘둘리던가 말이다. 그럴 때면 혹 배가 고픈 상태라도 나는 절대 게걸스러움을 보이거나 그릇을 다 비우지 않는다. 고양이의 우아함을 저버리는 행동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다.


고양이가 소리에 민감한 것은 당연하지만 오빠의 목소리는 내게 각인되었다. 나는 오빠 옆 자리를 지키고 늘 따라다니고 잠도 오빠 옆에서 잔다. 고양이의 그루밍은 원초적인 욕구이기도 하고 교감을 위해서는 필수인데도 아무나 내 몸에 손을 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때론 집사의 손이 닿을라치면 나는 바닥을 그으며 몸을 길게 빼면서 딴전을 부리기도 하지만 오빠에겐 언제나이다. 이제부터 오빠를 사수하는 것은 내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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