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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Dec 30. 2023

12월 30일 모닝페이지. 내 나이는 내가 정한다!

복잡한 세상 나이라도 내 맘대로 할 순 없나요

기상 시간 8시. 2023년의 끝이 얼핏 보인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우울감이 조금씩은 있었던 것 같다. 한 해를 돌아보며 미처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에 그럴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우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로 '나이를 먹는다는 것'. 우스갯소리로 신정에 떡국 안 먹으면 나이 안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식탁에 올라온 떡국을 밀어낼 때도 있었지만 올해는 그런 노력도 필요 없다! 바로 만 나이가 시행된 이후 처음 맞는 신년이라 나이를 먹지 않기 때문이지! 하하.


만 나이 정책이 유달리 반가웠던 건 최대 2살까지 어려질 수 있다는 메리트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번 기회에 나이에 찰싹 들러붙어 있는 사회적 통념 자체가 좀 바뀌길 바랐기 때문이다. 생일을 기준으로 나이를 셈하게 되면 본인도 나이가 헷갈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나이로 서열(!)을 정하기도 애매해진다. 그러면 갈수록 나이가 곧 위계가 되는 일은 없어질 것이고, 친구 관계를 맺을 때도 꼭 동갑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 폭을 수용할 수 있도록 바뀌지 않을까 하는 바람. 솔직히 미성년자와 성년을 가르는 것 외에 나이로 조건을 확정 지어야 하는 게 뭐가 그리 많을까 싶다. 법적으로나 중요하지!


그래도 아직은 다들 어색한가 보다. 지인 중 한 명이 "또 나이 먹는다"라고 푸념을 하길래 "오잉? 만 나이 도입된 이후니까 나이 안 먹는 거잖아요"했더니 "넌 참 적응이 빠르구나"하더라. 년도 끝자리가 바뀐다고 전 국민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말이 안 되는 발상인데 그걸 맞게 고쳤으니 순리대로 하는 것뿐. 하지만 누군가 나이를 물었을 때 "한국 나이는 N살이고, 만 나이는 n살이에요"라고 구분해서 답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하니 이래저래 카오스다.


우리 조카는 만 나이로 2살인데, 예전 한국 나이로 치면 곧 4살이 된다.(진짜 말도 안 되는 계산법이다) 그래도 어딜 가면 꼬박꼬박 2살이라고 이야기한다. 기껏 한두 살 차이일 뿐인데,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만 1년을 기준으로 딱 하루 차이일 뿐인데 그 하루가 더 지났다고 이 조그만 친구에게 요구하는 게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기 때문이다. 4살이면 어린이집에서 뭘 배워야 하고, 발달과정에 따라 이건 해야 하고 옷은 치수를 바꿔야 하고 어쩌고저쩌고. 그걸 보면서 느낀다. 발달 수준이나 신체 치수, 하는 생각들 모두 자연스럽게 때에 따라 바뀔 텐데 1년이 더 지났다는 이유로 이 아가에게 부담 지어지는 수많은 의무들이 어른이 된 우리에게도 지워지고 있는 건 아닐까. 나이로 틀을 잡아버리는 순간 개인의 상황은 차치하고 그에 맞는 형식과 규격이 생겨버리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말했다시피 1년이라는 시간 역시 인간이 정해놓은 틀일 뿐이고, 우리의 몸과 마음은 그것에 한정지어질 수 없는 유동적인, 흘러가는 생명이다.


살아가다 보면 20대임에도 60대의 마인드를 갖고 사는 사람이 있고, 80대에도 10대처럼 사는 사람들을 본다. 나이에 근거한 통념으로 보면 이들은 돌연변이와 다름없으나 그들은 본인의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하는 개별적인 존재고 그 가치는 누구라도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나이는 내가 그리는 평생의 삶 중 현재의 위치를 어림짐작해 볼 수 있는 바둑돌 같은 수단인거지 그 바둑돌이 삶의 전부는 아니다. 그 위치 또한 일직선 상이 아닌 3차원, 어쩌면 4차원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기에 '나이'라는 빗금은 너무나 표상적이다. 만 나이도, 한국 나이도 모두 사회 체계 유지를 위한 편의적 도구이지 누군가의 정체성을 가로지을 만큼 절대적인 개념은 아닌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만 나이보다 조금 더 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슬몃 내게 윙크를 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철이 덜 든 부분도 있고 독립도 아직이니 한 25살 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 포기도 쉽고 모든 게 다 지쳤을 때는 마치 90대의 마음을 갖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25살이라 생각하니 괜히 활기도 더 생기는 것 같고 몇 년을 꽁으로 얻은 기분이다. 이런 마음이라면 내년도 잘 살 수 있겠어! 아자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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