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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마스테 Aug 07. 2020

휘청이는 날들, 48편의 시

올드 걸의 시집, 은유

'다정함을 잃지 않는 것으로 인간의 품위를 지키고 싶었던 한 여자의 분투와 수없이 무너졌던 실패의 기록. 그 휘청이는 날들 곁에 있어준 마흔여덟 편의 시' 


작가는 2008년부터 개인 블로그에 '올드 걸의 시집'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생이 힘들고 삶이 버거웠을 때 쓴다는 의식도 없이 글을 썼다. 작가의 감정에 시를 덧대어서 한 편 한 편 완성한 글이다. 이 책은 절판되었다가 다시 복간되어 세상에 나왔다.  굳었던 뇌가 말랑말랑 해지는 느낌이다. 나의  얼음장 같았던 마음이 스르르 녹는 느낌 때문에 작가의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다. 나  스스로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오만 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  근간을 흔들어 놓고 숙연해진다.  일희일비하는 나의 삶. 나를 뒤돌아본다. 

<글쓰기의 최전선>을 처음 읽고 은유 작가를 처음 만났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다가오는 말들>, <쓰기의 말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읽고 삶의 귀띔이 되는 말들을 많이 만났다. 



작가의 글을 읽으며 드는 생각을 적어 보았다.

� 나는 왜 니체 , 보들레르, 최승자나 이성복 시를 접하지 못하고 살았을까 하는 회한. 

� 삶의 근거를 찾고 싶고 희망 나부랭이의 끈이라도 부여잡고 싶은 마음.

�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 덩어리도 작가의 곡진한 분투기를 읽으며 더 작아진 느낌.

� 배터리가 깜빡거리는 것 같은 나의 체력에 불어넣는 게으름과 느긋함.

� 가부장 언어에 지쳐있을 때의 소수자 감수성의  공감. 

� 소설처럼 살다가 시처럼 죽고 싶다는 그녀와 같은 마음. 

� 나의 남루한 삶을 연민하기도 하는 시간. 



기억하고 싶은 내용을 담아본다.

'사는 일이 만족스러운 사람은 굳이 삶을 탐구하지 않을 것이다.  시가 내게 알려준 것도 삶의 치유 불가능성이다.' (서문 중에서)

'어디가 아픈지만 정확히 알아도 한결 수월한 게 삶이라는 것을, 내일의 불확실한 희망보다 오늘의 확실한 절망을 믿는 게 낫다는 것을 시는 귀띔해 줬다.' (서문 중에서)

'시를 읽는다고 불행이 행복으로 뚝딱 바뀌지는 않지만 불행한 채로 행복하게 살 수는 있다.' (서문 중에서)

'안개처럼 일상에 스며 있는 여성 억압적 현실은 퍽 쓸쓸하고 암담했다. 인간이 겪는 고통의 결은 얼마나 무한하고 섬세한가.'(120쪽)


'질그릇처럼 투박하게, 때론 놋그릇처럼 쨍쨍하게, 때론 유리그릇 투명하게 울리는 어머니의 일상' (133쪽)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니 나의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산더미처럼 쌓는 폐지를 리어카에 끌고 가시는 할아버지의 굽은 등.   낡은 슬리퍼를 신고  걸어가시는 중년 아주머니의 조용한 훌쩍거림.  작가의 글을 읽으면 타인의 고통이 더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타인을 바라보는 따뜻한 글은 내 삶에 한 발짝 다가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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