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퇴사를 하고 처음 만든 패브릭 브랜드 “메르시 라 포레” 직접 패턴 디자인을 하고, 원단을 제작해서 봉제업체에 의뢰해 에코백, 쿠션커버, 침구, 핸드폰 케이스 등을 제작해 판매했다. 고마워 숲 이라는 뜻을 가진 브랜드 로고가 찍힌 라벨이 달린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라벨을 우연히 볼때 마다라도 우리를 둘러 싼 자연을, 환경을 한번 쯤 더 떠올려주길 바라는 마음이었기에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판매되는 과정에서도 되도록이면 친환경적인 방법을 거치고 싶었고. 되도록이면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디지털 프린팅으로 패턴을 프린팅했던 이유도 나염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수질 오염을 배제하고 싶어서였다. 브랜드 로고를 담은 택도 종이로만 하고 마끈을 이용해 일일히 손으로 달아주었다. 택총이라는 걸 이용하면 간편하지만 택을 다는 소재가 플라스틱이라서 마끈을 이용했던 것도 모두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렇지만 패브릭 제품이기에 오염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남들이 다 하는 개별 비닐포장을 했다.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 했었다. 대부분 주문후 생산이었고, 선 생산이어도 매우 소량이긴 했지만 오프라인 입점처 몇 군데에 입점을 위한 재고들이 점차 쌓이고, 혼자 원단 제작, 생산, 마케팅, 판매를 모두 다 하려다 보니 생각보다 브랜드는 잘 굴러가지 못해서 2년 후 패브릭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브랜드로써의 활동은 멈추게 되었다. 브랜드로써의 활동은 하지 않지만 고마워 숲 이라는 이름으로 직조, 라탄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고마워 숲 이라는 이름으로 공방을 운영하다보니 스스로 자기 검열을 많이 하게 된다. 작업 시 소재를 선정 할 때도 되도록이면 면이나 린넨 같은 천연 소재를 추구하게 되고, 재료 키트를 배송하거나, 우드소품류를 배송할 때도 비닐 완충제가 아닌 종이 완충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친환경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4년전인가. 국내에는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아 2년에 한번 직구로 구입하는 스페인의 에스파드류 신발이 있다. 남편도 나도 좋아하는 브랜드인데 면이나 린넨, 햄프, 천연고무로만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신발이다. 처음 이 브랜드 제품을 구매했던건 블로그 이웃을 통해서였는데 그 분이 해외로 가면서 내가 직접 직구를 하고 있다. 처음 내가 주문을 했을때의 일이다. 공방 주소로 주문을 했었고, 해외배송이라 2주 정도가 걸려 신발을 담은 택배박스가 도착했다. 생각보다 작고 납작한 박스였다. 나는 분명 신발 4켤례를 주문했는데 뭔가 착오가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남편 신발 2켤레와 내 신발 2켤례가 모두 들어 있었다. 신발을 감싸고 있는, 보통 신발을 사면 신발 상자에 들어있는 그 흔한 노루지도 없이, 비닐 한장 없이 오로지 고무줄 하나만이 한 켤례씩, 신발을 구분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상자 안을 아무리 들여다 봐도 브랜드를 소개하는 브랜드 택이나, 카탈로그, 엽서 같은 것도 없었다. 각각의 신발을 구분하고 있던 그 고무줄도, 내가 평소에 알던, 그 노랑색의 고무줄이 아니었다. 하얀 고무분이 느껴지는 누르스름한 크림빛 고무줄이었다. 아마도 천연고무이겠지.?
나는 뭐랄까 약간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환경을 생각한답시고 내가 했던 선택들이 떠올랐다. 그저 다 불필요한 것들이었다. 이 신발을 만드는 회사의 오너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너무 쿨하게 느껴졌다. '이 브랜드는 뭐 이렇게 달랑 신발만 띡! 보내?!' 하는 생각 따위는 전혀 들지 않았다. 이 회사에서 신발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의 탄소가 발생하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소비자에게 닿은 순간부터는 그 어떤 지구에 유해한 것을 남기지 않는 제품이었다. 기능을 다한 뒤에는 모두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신발인 것이다. 회사의 쿨함이 너무 멋졌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쿨함이 받아드려지는 소비자들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언젠가 유리용기를 주문하려고 웹쇼핑을 하던 중 한 후기를 보게되었다.
"그래도 유리제품인데 완충제없이 신문지로만 싸서 보내셨네요."
그리고 그 글에 달린 판매자의 답글은 이러했다.
"고객님 불편함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희 스토어에서 유리 용기를 주문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환경을 생각하는 제로웨이스터 인 분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도 비닐 완충제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저희는 신문지로 꼼꼼하게 싸서 보냅니다...."
내가 저 후기를 남긴 소비자가 아니었는데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이었다.
택배로 오는 물건들 뿐만 아니라 마트에 얌전히 진열된 제품에도 모두 위생탓, 파손우려탓을 하며 필요이상의 많은 포장을 한다.인터넷으로 주문한 제품의 박스를 열면 브랜드를 나타내는 택이며, 엽서며, 카달로그가 가득하다. 요즘은 많은 기업들이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 또는 마케팅의 하나로 비닐 완충제 대신 종이 완충제를 쓰는 기업들이 늘었다. 그런데 그런 물건들 중에는 딱히 깨질 염려가 없는데도 종이 완충제가 감싸져 있는 경우가 있다. 소형 가전제품은 더 하다. 그 가전제품이 박스에 들어갔을 때 생기는 여백의 모양을 완벽히 메꾼 스티로폼 틀이 있다. 대부분 스티로폼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이전한 공방에서 사용한 커피메이커를 주문했는데 유럽에 본사가 있는 이 브랜드의 제품의 완충포장은 스티로폼이 아니었다. 계란 한판을 사면 폐지를 압축한 것 같은 계란틀에 들어 있는데 바로 그 폐지 압축한 것 같은 소재로 커피메이커가 쏙 들어가게 틀이 되어 있었다. 펄프몰드라고 한다. 분명 이렇게 대체할 수 있는, 환경에 덜 해를 끼치는 선택이 존재한다. 나는 기업의 오너나, 메이커, 디자이너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건을 보내면서 거대 스티로품 쓰레기까지 보내는 행동은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다. 소비자 또한 너그러움을 탑재할 필요가 있다. 신문지에 돌돌 말려온 것이 뭐 어떤가? 안 깨졌으면 된 것 아닌가? 사실 판매자 입장에서 더 많이 고민하고 테스트하는 부분이다. 깨져서 다시 보내는 불상사는 판매자가 더 원치 않는 일이다. 좀 투박한 포장이어도, 완충이 좀 허술해보여도 환경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이해해주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면 기업 역시 소비자와 환경 둘 다 생각하는 행동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가구스튜디오에서 판매되고 있는 원목 스툴이 있다. 적당한 친환경 완충제를 찾지 못해서 서울 경기권에 한해서만 주문을 받고 직접 배송을 하고 있었다. 지방 쪽 구매자들께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서 펄프몰드라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우리 브랜드에도 재생펄프 몰드를 만들어 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 알아보니 최소수량과 금형비용을 합치니, 몇천만원이 들어간다고 해서 일단은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상황이다.아마도 이런 완충제를 알고 있어도 쉽게 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이 있을 것 같다. 갑자기 몇 천만원을 완충제에 투자해야하는 상황. 게다가 코로나로 매출이 부진한 경우라면 이런 부분에 과감히 투자를 할 수있는 기업이 몇이나 될까? 이런 부분들은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 지원을 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까? 100년이 넘도록 썪지 않는 스티로폼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완충제를 발견했지만 그림의 떡인 사실이 더 슬퍼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