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연식물식'에도 관심이 가게 됐다. 가공을 거의 하지 않은, 곡물, 과일, 채소 위주의 식단을 말한다. 자연식물식을 한 끼라도 챙기면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으로 새해를 맞아 한 끼 자연식물식 챌린지를 한 달 동안 진행한 적이 있었다. 아침에는 주로 사과를 충분히 먹어서 자연식물식 한 끼를 채우고, 하루 중 한 끼는 샐러드 챙겨 먹으려 했다. 함께 챌린지에 참여했던 분들도 챌린지 덕분에 평소보다 과일 채소를 많이 먹게 돼서 피부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했다. 자연식물식을 할 때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피부와 변 상태였다. 매일 건강한 변을 봤고, 썩 좋은 피부가 아니라서 늘 피부가 번들거리고, 뾰루지가 마를 날이 없는데 확연히 피부트러블이 줄고, 피부가 촉촉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피부에는 과일 채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된 계기였다. 태생이 오지라퍼인 나는 이렇게 좋은 건 알려야 하니까 아침에 사과 바나나 과일 많이 드세요! 한 끼 정도는 샐러드를 꼭 드세요. 이렇게 떠들고 다니지만, 막상 내가 회사 다닐 때를 생각해 봐도 점심, 저녁을 다 회사에 있을 때, 다른 사람들과 같이 식사 메뉴를 정해서 먹는 일이 많기에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한 끼 샐러드가, 한 끼 자연식물식이 어렵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회사를 다닐 때였다면 아마도 채식을 쉽게 결심할 수 없었겠지.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자연식물식 해시태그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계정이 있었다.
[7년째 과일 채소를 갈아먹는 직장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믹서 컨테이너 안에 그날의 과일 채소가 들어 있는 사진들이 주로 보였다. 인상적이었다. 나만의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라서, 아 이런 것도 콘텐츠가 될 수 있구나. 신선하다. 는 생각과 동시에, 나도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바쁜 아침에 저렇게 과일 채소를 갈아 마시고 출근을 하면 좋겠다. 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래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바깥음식을 많이 사 먹다 보면 좋은 영양보다는 고칼로리의, 영양은 그다지 없는 음식들을 먹게 되니까. 그리고 하루의 시작에 충분히 섭취한 과일은 하루 중에 대사에 사용될 효소가 되어 준다고 한다. 효소는 원래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건데 나이가 들수록 효소가 적게 만들어지고, 기초대사에 효소가 많이 쓰이기 때문에 효소가 많은 과일 채소를 따로 먹어줄 필요가 있다. 그린스무디 재료를 사서 소분해놓고 아침마다 그린스무디를 만들어 먹어도 참 좋을 텐데 거기에 쏟은 정성과 에너지가 없어서, 나는 아침마다 사과를 1개를 껍질 째 먹는다.
그러다 최근 플랜틀리라는 제품을 접하게 됐다. 플랜틀리 식물을 뜻하는 Plant와 monthly, weekly 같은 주기의 합성어인 것 같다.
브랜드 네임에서 느껴지듯이, 한번 사용할 스무디의 재료가 냉동된 채 한 컵에 분량씩 포장되어 있고, 1주나 2주에 한 번씩 배송을 해주는 전격 그린스무디 정기 배송 서비스.
배송된 플랜틀리 스무디 한 컵을 믹서 컨테이너에 넣고, 그 컵의 2/3 정도의 물이나 음료종류를 채워 믹서에 넣고 갈아서 마시면 건강한 자연식물식 한 끼가 간편하게 해결된다.
플랜틀리의 환경적으로 좋은 점은 버려지는 농산물의 양을 줄일 수 있다는 거였다. 생각보다 많은 농산물이 시기에 딱 맞게 판매처를 만나지 못해 버려지는 양이 45%나 된다고 하는데, 플랜틀리는 급속냉각을 통해 저장 기한을 늘릴 수 있으니 제 때 판매가 되지 못해서 버려지는 농산물을 구할 수 있는 것.
플랜틀리의 환경적으로 안 좋은 점은 종이컵의 사용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플라스틱병에 만들어져서 배송되는 스무디 정기배송 제품과 비교하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종이컵도 잘 분리 배출하면 코팅된 부분과 분리 작업을 거친 후 재생지로 다시 순환될 수 있으니.
그리고 보통 이렇게 종이컵에 한 끼 분량의 과일 채소가 들어있는 밀키트 같은 제품들은 또 한 번 비닐에 포장이 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닐포장을 과감히 하지 않은 브랜드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하다 보면 내가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비닐 쓰레기가 함께 배송될 때가 많다. 이번 플랜틀리 제품도 사실 좀 걱정했었다. 완충제라던지, 비닐포장 같은 것이 혹시 너무 많으면 어떡하지. 배송 상태를 볼 수 있는 홈페이지 상세페이지를 찾으러 들락날락.
그런데 막상 받아 본 플랜틀리 배송 상자에서는 드라이아이스가 들어 있는 부직포백과, 종이컵 입구에 실링 된 비닐 말고는 모두 종이뿐이었다. 바쁜 아침 쉽게 그린 스무디 한잔을 갈아 다시 그 종이컵에 담아 바로 출근할 수 있도록, 뚜껑도 있는데 종이컵과 같은 재질인 코팅된 종이에 십자로 빨대를 넣기 위한 구멍이 있었다. 그럼 빨대는? 제공되지 않는다. 내가 가진 종이 빨대나, 스테인리스 빨대를 이용할 수 있어서 오히려 나는 좋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비닐파우치에 들어있는 두유를 한 박스 주문했더니 원치도 않던 플라스틱 빨대 한 묶음이 들어 있어서 매우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플랜틀리에서 배송되어지는 스무디의 재료들도 매우 다양해서 평소에 나름 이런저런 식자재를 잘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잘 안 사게 되는 과일 채소들이 있는데 그런 점을 플랜틀리를 통해 보충할 수 있게 되었다. 몸에 좋다는 케일, 헴프시드, 카카오닙스 등은 사실 한 번도 사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 플랜틀리 덕분에 먹고 있다. 신기한 것은 그날그날 다른 5가지의 재료들이 생각보다 다 맛있다는 것. 사실 아무리 몸에 좋은 것이래도 맛이 없으면 오랫동안 유지 할 수가 없는데 플랜틀리의 스무디는 맛있어서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오래 지속하려면 우리 집 믹서를 조만간 교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카카오닙스가 많이 씹힌다.
*해당 브랜드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아 직접 체험 후 개인적인 생각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