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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엔 혼자지만 내일은 또 모르지요.

호텔 직원도 웃게 하시는 우리 시어머니

by 혜연

공항에서 렌터카를 찾은 우리는 호텔이 있는 산타크루즈로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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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에 우선 들렀는데 이곳 테네리페의 기름값이 프랑스 반값이라고 하셨다.

기름을 채운 직후 시아버지께서는 계산을 위해 편의점으로 들어가셨고 어머니께서는 기름 채우는데 도움을 준 직원에게 팁을 주기 위해 지폐를 잔돈으로 바꾼 후 직원을 찾아다니셨다. 인건비가 크지 않은 곳이라며 친절한 직원을 만날 때면 항상 팁을 잊지 않으셨다.


도로가에는 갖가지 선인장들이 늘어서있어서 매우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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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섬이라 모래나 자갈이 검은색이고, 기후가 건조해서 알로에를 많이 재배한단다. 물이 귀한 곳이지."

시부모님께서는 일전에도 카나리아제도의 다른 섬으로 여행을 오신 적이 있는데 섬마다 매력이 다르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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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솟아 오른 언덕들은 나로 하여금 필리핀 보홀섬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황량하고 건조한 길을 한 시간가량 달린 후 오아시스처럼 나타난 아름다운 산타크루즈의 도심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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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7박 8일간 묵게 될 호텔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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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셉션에서 체크인을 할 때 시어머니의 유창한 스페인어 실력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어머님 멋져요!

직원은 더블룸 두 개에 대한 체크인을 도와주며 물었다.

"룸 하나에는 두 분이 묵으시고, 나머지 룸에는 이분 한분만 묵으시는 건가요?"

그 질문에 우리 어머님께서는 나를 바라보시며 이렇게 대답하셨다고 한다.

"네, 오늘 밤에는 그 방에 그녀 혼자 잘 거예요. 하지만 내일은 또 모르지요, 호호호."

그 직원도 웃음이 터졌지만 스페인어라 못 알아듣고 있던 나는 멀뚱멀뚱. (나중에 듣고 엄청 웃었다.)


오늘밤에 나 홀로 지내게 될 방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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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배드를 보니 또 혼자 고생하는 남편이 생각이 나네... 또르르...
함께 올 수 있기를 마지막까지 기대했건만 너무 바빠서 결국 그러지를 못했다. 돈아까 우니까 나는 조식을 매일 2인분씩 먹겠다고 다짐했다. 뭐 평소에도 호텔 조식은 2인분씩 먹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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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jpg 욕조도 있고 오래된 호텔답게 유럽식 옛날 비데도 있다.


img.jpg 웰컴 마카롱이 있었지만 배고플 틈이 없어서 손도 안 대고 있다가 다음날 그대로 수거 돼버렸다. 아이고 내 마카롱...


발코니에 펼쳐진 전망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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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는 결혼식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는데 나는 짐을 풀기 전에 발코니에 서서 그 모습을 잠시 감상하고 있었다. 어느새 옆방 발코니에도 시부모님께서 나오시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님: "우리는 결혼식에 초대를 안 해주다니..."
아버님: "나는 초대장 왔던데?"


나: "저는 플러스원으로 아버님 따라갈래요."

테네리페에 오니 아버님께서도 들뜨셨나 보다. 과묵하신 평소와 달리 농담을 다 하시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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