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여행 가실 때 자주 데려다 쓰세요."
차를 렌트하기는 했지만 우리는 택시도 자주 이용했다. 아프리카 성모 전통시장에 갔다가 호텔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시어머니께서 택시비를 계산하시다가 동전지갑을 택시 바닥에 떨어트리셨다.
"울랄라..."
시어머니의 탄식과 함께 동전들이 바닥에 흩어졌는데 내가 빛의 속도로 긁어 담았다. 택시에서 내리는 도중에도 나는 매의 눈으로 앞 좌석 아래까지 스캔하면서 하나도 빠짐없이 주워 담있다. 그 모습을 보신 시부모님은 그새 다 주웠냐며 놀래셨다.
"저 가끔 도움 되지요?"
"넌 항상! 아주! 큰 도움이 된단다!"
밥값까지는 다 못했겠지만 그래도 칭찬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아버님께서도 몸이 불편하시니 뭔가를 바닥에 종종 떨어트리시는데 그럴 때면 나는 저 멀리 있다가도 쏜살같이 달려가서 냉큼 주워드리곤 했다. (어쩌다 보니 내 눈에는 아버님만 보이는지라...) 내가 동작이 좀 재빠른 편이기는 한 것 같다.
저녁에는 호텔직원 도밍고가 추천한 호텔 앞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식전주로 맥주를 마시며 각자 찍은 사진들을 서로 돌려보던 중 내가 말했다.
"저 사진 잘 찍지요? 앞으로 여행 가실 때 자주 데려다 쓰세요. 공짜로 일해 드릴게요."
물론 여행에 또 데려가주시라는 의미였다. 아울러 이번 여행이 그만큼 만족스럽다는 표현이기도 했고.
"호호 그럼 좋지. 넌 많이 먹지도 않으니 돈도 많이 안 들어!"
"엄밀히 말하면 호텔 조식만 많이 먹지요."
"그건 호텔비에 포함이니까! 게다가 많이 도와주니 우리는 아주 좋아."
시부모님과의 여행이 이리도 마음 편하고 즐거울 줄이야.
이날 애피타이저는 피망구이였다. 시어머니께서 집에서도 몇 번 해 주셨던 요리인데 굵은소금과 올리브오일만 들어갔을 뿐인데도 정말 맛있다. 뜨거울때 내가 아무렇지 않게 통채로 하나를 집어먹었더니 두 분이 나를 따라 드시다가 뜨거워서 혼비백산하시며 맥주를 들이키셨다.
"세상에! 넌 이게 안 뜨겁니?"
"한국인들은 원래 뜨거운 걸 좋아하거든요."
아버님께서는 오늘도 토르티야 데 빠따따스(tortilla de patatas)를 드셨고 시어머니께서는 셰프님이 적극 추천하신 돼지고기 항정살 구이 (Secreto Ibérico)를 드셨다.
나는 감바스!
통통한 새우살이 버섯과 짭짤한 하몬에 어우러져서 맛있게 지글거렸다. 짭짤한 소스에 빵을 찍어먹어도 너무 맛있었다! 내가 먹는 걸 보던 옆자리 여성도 감바스를 따라 주문했다. 맛만큼이나 음향과 냄새가 압도적이었다.
오늘도 이렇게 맛있는 테네리페의 하루가 한번 더 지나갔다.
다음 여행 때는 더 쓸모 있는 며느리가 될게요. 그러니까 여행에 또 데려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