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선인장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니?"
첫날 테네리페에 도착했을 때 나는 길가 곳곳에 보이는 선인장들이 그렇게나 신기했었다. 그중, 동그란 선인장들이 특히 눈에 띄었는데 시어머니께서는 이번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저 동그란 선인장을 프랑스에서 뭐라고 부르는지 아니?"
"뭐라고 부르나요?"
"꾸쌍 드 벨메흐!"
Coussin de belle-mère. 우리말로 하면 시어머니의 방석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가시방석인 것이다. 나는 2초 후에 뜻을 이해하고는 빵 터졌다. 시어머니께서는 "메샹이지?"라고 하시면서도 나와 함께 차 안에서 큰소리로 웃으셨다. 그 후 나는 저 선인장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났다.
하루는 우리 셋 모 두 도심을 걷느라 지쳐가고 있을 때쯤이었는데 눈앞에 이 선인장이 딱 보이는 것이었다.
"오, 저기 어머님 방석 있어요!"
"내 방석?"
두리번거리시던 어머님께서 저 선인장을 발견하시고는 그제야 내 말뜻을 이해하셨다.
"울랄라... 내가 가르쳐준 거니까 뭐 틀린 말은 아니네."
"헤헷 농담이에요."
"그래 농담이기를 바란다."
"피곤하시면 앉았다 갈까요?"
"아니야, 난 피곤하지 않아. 호호"
어머님께서 같이 웃으시니까 자꾸만 내가 버릇이 나빠지는 것이다.
또 한 번은 기념품 가게에서 작은 화분으로 판매되는 동그란 선인장을 가리키며 내가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 이거 하나 사드릴까요?"
"필요 없다."
"진짜로요?"
"응 진짜."
이번에는 시부모님 두 분 다 웃으셨다. 이것도 다 제가 어머님을 닮아가는 한 과정일 뿐이랍니다. 우리 어머님은 진짜 편하고 좋은 방석으로 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