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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수영장에서 티키타카

"아이스크림 먹을래?"

by 혜연

오늘도 아름다운 산타크루즈의 아침!


아침부터 날씨가 제법 덥길래 아침식사를 마치고 수영장으로 곧장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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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가 잘 드는 썬배드를 세 군데 맡아놓고 시부모님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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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을 따라온 바캉스에서 나는 난생처음으로 휴양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체험하고 있었다.


잃어버렸던 수영복 하의를 찾으신 시어머니께서는 완벽한 수영복 차림으로 당당하게 나타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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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께서 시어머니의 등에 선크림을 발라주시는데 어쩜 이리도 보기 좋을까. 나는 재빨리 두 분의 아름다운 모습을 촬영했다. 나는 역시 사진사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수영하는 틈틈이 선크림을 발랐더니 시어머니께서 나에게 아주 심한 농담을 하셨다!


"중국인들은 햇빛에 그을리는 걸 정말 싫어하더라."


내가 중국과 일본에 발끈하는 모습이 재미있다며 자꾸만 더 놀리시는 것이다.


"저 한국인이라고요!"


"알지. 그래도 조금은 비슷하잖아."


"그렇게 심한 말씀을 하시다니요! 아 그럼 어머님은 러시아인이신가요?"


"러시아인이라... 뭐 좀 비슷하기도 하지. 나는 기분 안 나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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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열심히 수영장에서 10바퀴를 채우고 있는 동안 어머님께서는 물이 차갑다며 발만 담그신 채로 앉아계셨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기온이 고작 22도였던 것이다. 해는 쨍하지만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이 꽤 차가웠다.


"움직여야 안 추워요. 움직이세요."


내 말에 용기 내서 천천히 발을 더 깊이 담그시는 어머님. 그 순간 내가 짓궂게 양손으로 물을 뿌렸더니 어머님께서 혼비백산하시며 아버님을 찾으셨다.


"미슈! 미슈 도와줘요, 얘가 날 괴롭혀요!"


나는 아랑곳없이 까르르 웃으며 계속 물을 뿌렸고 결국 어머님께서는 물속에 풍덩하고 온몸을 던지셨다.


저 중국인이라고 하셔서 복수하고 그러는 거는 절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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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물에 한번 들어갔다 나왔으니 오늘은 그걸로 충분하시다며 다시는 물가로 가지 않으셨고 썬배드에서 태닝만 하셨다. 아버님께서는 오늘도 그늘에 누워 아이패드로 독서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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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문득 나에게 "아이스크림 사줄까?"라고 물으셨는데 나는 기쁜 마음으로 쫄래쫄래 어머님을 따라 바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골라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시부모님 두 분은 안 드시고 딸 같은 며느리만 사주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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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 후의 아이스크림! 생각해 보니 나에게 맛있는걸 가장 많이 사주시는 분은 시어머니가 아닌가 싶다.


사랑합니다!


그래도 물 뿌린 거는 후회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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