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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좋은 구경했던 테네리페의 해변

"저기 저 남자 누드예요!"

by 혜연

해변을 떠난 우리는 시아버지의 차를 타고 산 위에 보이는 전망대를 향해 구불구불한 절벽도로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쪽은 말 그대로 깎아지른 절벽이었고 또 한쪽은 낭떠러지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도 잘 안 보여서 올라가는 내내 나는 조마조마했다. 그래도 우리 아버님은 한 손으로 능숙하게 렌터카를 몰고 올라가셨다. (아이고 제가 죄인입니다... 전망대 따위는 안 봐도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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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해안도로는 아슬아슬했지만 뒤로 멀어지는 해변과 마을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하늘에 구름마저 장관이었다. 아름다웠던 이탈리아의 포지타노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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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마침내 도착을 했건만 안타깝게도 그곳은 철조망으로 막혀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우리 발 아래 탁트인 경치를 내려다보는것 만으로도 이곳까지 올라온 보람은 충분했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우리가 방금전까 있었던 해변과, 해안도로 그리고 너머로 펼쳐진 검은 산까지 눈에 꼭 꼭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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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슈, 우리는 이제 어떻게 돌아가나요?"


어머님의 질문에 아버님께서는 생각에 잠기셨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가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유턴은 위험천만했던 것이다. 결국 우리는 유턴할 장소를 못 찾아서 계속 직진했고 마침내 검은 모래가 펼쳐진 반대편 해변까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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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변에는 평화롭게 해수욕을 즐기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저기 보세요! 저 남자 누드예요!"


나도 모르게 큰소리를 쳐버렸는데 어머님의 대답이 곧바로 이어졌다.


"잘 생겼니?"


"얼굴은 못 봤어요... 딴 데만 보이더라고요."


"나도 보고 싶은데!"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에요. 여자도 있고요."


이럴때 내 시력이 빛을 발하는구나.


어머님께서는 프랑스에 있는 누드 비치에 갔던 경험을 들려주셨다. 그걸 들은 나는 또 "어머어머!" 하면서 열심히 경청했다.


"한국에는 누드비치가 없니?"


"누드비치도 없고요, 요즘에는 모르겠는데 아마 비키니 입는 사람들도 별로 없을걸요."


"그게 정말이니?"


어머님께서는 한국 해변에는 누드 혹은 반누드로 태닝 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더 놀라셨다. 역시 프랑스와 한국사이에는 좁혀질 수 없는 문화차이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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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차 안에서 이런 잡담을 큰소리로 나누고 있을 때도 아버님은 묵묵히 운전에만 집중하셨다.


오늘도 여러모로 좋은 구경(?) 시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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