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인 슬이는 아빠가 일이 늦게 끝나 저녁때 집에 오지 못하는 날이면 오빠와 함께 스스로 저녁을 차려 먹는데 익숙해져 있다. 어린 슬이가 이렇게 밥상 차리는데 익숙해진 것은 엄마가 없기 때문이다.
슬이 엄마는 오래전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그 암이 온몸으로 전이되어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을 하다 어린 슬이와 슬이 오빠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슬이 엄마가 병원에 있었을 때 슬이는 매일 학교가 끝나자마자 병원에 와서 엄마를 간호하다가 집으로 가곤 했다.
슬이가 밥상을 차리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슬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훨씬 작고 생각하는 것도 초등학교 2~3학년 정도에 머물러 있다. 어린 슬이에게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슬이가 매일매일 엄마를 그리워하다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상”이라는 동시를 썼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짜증 섞인 투정에도
어김없이 차려지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그런 상
하루에 세 번이나 받을 수 있는 상
아침상 점심상 저녁상
받아도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해도 되는 그런 상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때는 왜 못 보았을까?
그 상을 내시던 엄마의 주름진 손을 그때는 왜 잡아 주지 못했을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을까?
그때는 숨겨 놨던 말 이제는 받지 못할 상 앞에 앉아 홀로 되뇌어 봅니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 고마웠어요. 엄마, 편히 쉬세요”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엄마 상 이제 받을 수 없어요.
이제 제가 엄마에게 상 차려 드릴 게요.
엄마가 좋아했던 반찬 들로만 한가득 담을 게요.
하지만 아직도 그리운 엄마의 밥상
이제 다시 못 받을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엄마의 얼굴(상)
이 동시는 2016년 전북 교육청 공모전에서 동시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슬이는 수상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엄마께서 올해 암으로 투병하시다 돌아가셨습니다. 가난했지만 엄마와 함께 지냈던 그때가 엄마가 차려 주셨던 밥상이 그립습니다. 무엇보다 더 보고 싶은 것은 엄마의 얼굴입니다.”
슬이가 삐뚤빼뚤하게 직접 손으로 쓴 동시 끝에는 엄마와 슬이 그리고 슬이가 엄마에게 차려 주고 싶은 밥상이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