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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먹는 꿈별 Oct 21. 2021

17. 시 주최 '한 책 읽기' 참여와 수상

저자 초청 강연회까지

시립도서관에서 매해 진행하는 ‘범시민 한 책 읽기’에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8년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되었던 '한 도시 한 책 읽기 (One Book One City)' 독서운동을 도입해 2003년부터 진행해왔다는 취지는 꽤 매력적이었는데 이 또한 관심이 있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내용이다. 관심의 촉발은 한 책 읽기 ‘올해의 선정작’에서 아끼던 작품 『시간을 파는 상점』을 발견했을 때 시작되었다. 청소년 소설이라 특정하지만 연령에 상관없이 강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3년 전에 읽고 함께 독서 수업하던 친구들에게도 읽히고 작가의 다른 작품과 시간을 다루는 또 다른 책들을 찾아가게 했다.   

   

서평을 쓰는 일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행위일지라도 한 번도 쉽고 가벼운 마음으로 노트북을 켠 일은 없다. 오히려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아, 너무 편하다’라는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최면 같은 다짐을 한다. 부담을 덜며 쓰는 게 보통이지만 ‘수상’을 목적으로 자신을 다그쳤던 경우가 세 번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시간을 파는 상점』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아닌 최우수상을 받고 싶었는데 우수상을 받았고 이 또한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만큼 아끼는 마음, 애정의 표현이 애쓰고 희망하는 행위로 변형된 것 같다.      




그때 그 서평>


[서평김선영의 시간을 파는 상점』 자음과 모음

우리들의 모든 시간이 안녕하기를(20201009)     


  두근거리는 알싸함을 담아내 경계에 섰던 이전의 나를 소환하거나, 현재 내 곁에 있는 아이에게 안부를 묻게 만드는 청소년 소설은 분명 매력적이다. 김선영의 “시간을 파는 상점(자음과 모음)”은 만나야 할 또 다른 작품이 남아 있겠지, 아껴가며 읽었던 첫 책이다. 3년 전 한 해의 마지막 날 처음으로 읽고, 이번에 다시 읽은 “시간을 파는 상점”은 ‘아는 내용’이라는 이야기 전개의 환기를 넘어서 서로에게 그간의 인사를 건네는 과정이었다. 책 속 인물들도 나 자신도 그동안 채워온 꾸둑한 시간의 켜를 다정하게 내보이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간”은 새로운 화두가 되었다.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의 다양한 버전 찾아 읽기부터, 필리파 피어스의 또 다른 작품들과 데이비드 위즈너의 “시간 상자”, 미하일 엔데의 “모모” 등 즐거운 여행길에 오르게 했다.

  숨 가쁜 나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인 온조가 시간을 파는 상점을 연 주인공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익명의 사람들에게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이름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함으로 이전의 알바에서 얻은 경험을 증명해보고자 한다. 시간은 돈이 될 수 있으니 시간을 팔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39p)"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상점을 통해 만나는 다섯 명의 의뢰인인 네곁에, 아이린, 강토, 들꽃 자유, 가네샤와의 이야기가 마치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듯 생동감 있게 전개된다. 

  “시간을 파는 상점”의 가장 큰 매력은 시간의 두 가지 얼굴인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크로노스는 위압적이다. 시간을 분초 단위로 조각내어 철저하게 계산된 시간 운용은 반드시 생산적인 결과물을 낳아야 하는 이 시대에 딱 맞는 신이었다.(43p)" 보이는 것, 측정되는 것, 최신으로 치닫는 기술은 힘이 세고 중독을 일으킨다. 하지만 ‘카이로스’를 대변하는 강토의 할아버지는 속도가 초래하는 소외를 경고한다. 인간의 본능 중 행복한 행위를 함께 하고 싶은 욕구그게 바로 카이로스의 시간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그 시간이 하나의 의미로 남는 것.(66p)" 과거를 향해서 시간의 파노라마를 돌린다면 그중에서 어떤 컷을 선택하고 간직하고 싶을까. 미래를 향하는 시간의 영상을 미리 그릴 수 있다면 어떤 그림을 그려 넣기 원할까 묻는다면 카이로스의 시간을 찾아낼 수 있다. 

 어릴 때 늘 오시던 성탄절의 산타할아버지와 크리스마스 트리 밑 선물상자, 엄마 아빠와 떠났던 동해바다 여행, 떡보다 고기가 많던 아빠표 떡국, 손녀딸들이 할머니 생신선물로 목청껏 부르던 “올챙이와 개구리”, 엉뚱한 곡 선정에도 아랑곳없이 청량하기만 했던 노랫소리, 웃음과 박수소리······ 이런 시간은 막 떼어낸 케이크 조각처럼, 5월의 장미처럼 신선한 생명력으로 넘친다. 

  문제는 늘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배려하고 이해하는 주체로서의 가정도 있지만 테두리와 수준, 경계와 한도를 정하고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강토의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공부가 중요하다,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라고 했던 것이 후에 마땅히 ‘돌봐야’ 할 것조차 돌보지 않는 부메랑이 되고 강토에게까지 상처를 남긴다. 혜지도 그 아이도 애써 가려온 흉터를 어떤 식으로든 내비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크로노스의 시간을 반복해서 선택한 결과일 것이다. 나는 자유로울까, “지금 네가 이럴 때니”, “중요한 것을 먼저 해라” 너무 쉽게 내뱉는 말이다. 그 ‘중요한 것’을 아이가 아닌 나에게 필요한 대로 재단한 채로 반복한다. 오히려 이별을 겪고 새롭게 이루었거나 이루어가는 난주나 온조의 가정에서 솔직한 소통과 관심을 엿볼 수 있고, 희망적인 온기를 독자에게 전해준다. 

  절정을 넘어 ‘바람의 언덕’에 이르면 독자 또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거센 바람 앞에서 손을 맞잡고 함께 언덕을 오르는 친구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고, 터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권위를 따르거나 조언을 들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깨치며 몸으로 정면 승부하고 돌파해내는 아이들의 모습에,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진다. 바람의 힘은 휩쓸리게도 하지만 지탱해주기도 한다.(212p)"는 말을 새기며.

  “시간을 파는 상점”이 읽을 때마다 감동을 주는 이유는 주제가 분명하면서도 다채로운 이야깃거리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균형을 잡아주는 사람이라고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주는 선생님도 마음을 든든하게 해 준다. 먹먹한 슬픔을 안기는 들꽃자유에게서 시간을 뛰어넘는 마음의 힘을 깨닫게 된다. 시간의 다른 얼굴이다. 마치 현재 진행형 이야기 같다고 느껴지는 이유로 친구들 간의 발랄한 현실 말투도 한몫을 한다. 감정이 잔뜩 묻어나는 온조와 난주의 솔직한 대화를 듣다 보면 이런 유쾌하고 순수한 친구가 내게도, 내 아이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독서모임에서 뽑아본 작품 속 케미 왕으로 온조와 난주를 선택했는데 불곰과 살구꽃에 표한 분들도 많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시간’에 대한 온갖 명언에 줄 치며 남겨둔 필사 과제가 뿌듯하기만 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성장한다는 것과 결코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강토의 아버지처럼 늦게서야 눈물 흘리기도 한다. 우리 안에 있는 어른 아이가 불쑥불쑥 소리 지를 때도 있다. 의젓하게 바람을 맞는, 그러면서 걸음마다 성장을 확인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러므로 나의 속도에 좌절할지라도 방향에 민감하기를 바란다. 말은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아불확실한 걸 확실하게 만드는.(109p)" 휩쓸려 동조하는 말이 아닌 긍정의 말, 희망의 말을 선택하기를 바란다. 

엄마는 늘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그런데 그 시간은 어떤 예고도 없이 사라져 버렸어. 늘 바쁘다고 하면서 필요 없는 시간들을 너무 많이 소비하면서 시간 없다고 한 거라는 것을 알았어.(150p)" 눈을 가리는 분주한 것들에 소중한 진짜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크로노스의 시간을 나부터 살아내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진짜 시간은 언제고 손을 뻗어 뚜껑만 열면 천연의 빛을 내뿜으며 결코 빼앗기지 않을 소중한 순간을 몇 번이고 눈앞에 재현해주는 보석상자이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온조를 넘어 우리 모두의 현재로 시선을 옮긴다. 이 바람은 또 어딘가로 내달릴 것이고 그 자리에는 난생처음 맛보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우리가 맞이하는 시간이 늘 처음인 것처럼.(220p)" 팬데믹 시대를 통과하는 요즘이 우울할지라도 이 안에서 길어내야 할 또 다른 보석이 있음을 믿는다. 처음인 이 시간 속에서.     



서평 8년 차 시점>

리뷰 대회 응모를 목표하는 서평이기에 블로그 서평과 달리 공백을 두어 문단 나누기는 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제출하는 서평에서 가장 유의해야 하는 점은 '분량'이다. 최대한 분량을 맞추는 것이 기본이며 그만큼 '형식'은 내용 못지않게 첫 번째 가늠자 역할을 한다. 


10월 마지막 토요일 저자 초청 강연에서 김선영 작가님으로부터 단정하고 꽉 찬, 선명한 에너지를 듬뿍 받고 왔다. 아름다우시다. 열정과 확신 때문일 것이다. 가지고 있는 작가님의 책 세 권에 사인을 받았는데 시간을 주제로 하셨다는 점이 너무 근사했다는 마음과 ‘열흘간의 낯선 바람’도 너무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다. 미소 띤 얼굴로 ‘글도 쓰시죠?’하셔서 놀랐다. ‘좋아해요’라고 답하며 스스로에게도 묻게 되었다. 좋아하는 게 현재로서의 다인데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고 말이다. 

서평 쓰기를 통해 작품이 통과하고 있는 시간 사이사이에 나의 시간을 교차시켜 세워둔다. 한 권의 책은 종종 인생의 앨범 역할까지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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