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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여행자 Jan 05. 2021

나의 병 이야기. 2

자각 그리고 진단

위가 보내는 신호

일반적으로 위암 환자라고 하면 살이 빠지고, 구토, 심한 복통이 동반되는 거 같은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암을 키웠던 거 같다. 나는 암이 생긴 줄도, 커져가는 것도 모르고 일상을 지냈다. 설상가상 임신과 출산을 통해 병의 증상마저도 자각하지 못한 채 '입덧이구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징후구나' 하고 별일 아닌 넘겼었다. 위암에 걸리면 살이 빠진다는 것과 달리 나는 살이 많이 쪘었다. 오히려 출산한 지 6개월이 넘었는데도 살이 빠지지 않아서 운동도 많이 하고, 다이어트를 해봐도 소용없어서 속상해했었다. 그렇게 살이 빠지지 않아 고민이던 내가 위암 3기라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임신하고 심한 빈혈로 어지러웠고 빈혈약을 일반적인 임산부보다 더 많이 섭취하고 철분주사도 맞았다. 그냥 임신성 빈혈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위암의 증상이었던 거 같다. 그리고 식후에 설사가 잦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임신까지 했기에 과민성 대장증후군 같은 거겠거니 쉽게 넘겼었다.

출산 후에도 설사가 계속되어서 약을 복용했었다. 게다가 임신 때보다 더 많은 속 쓰림을 느꼈었다. 공복 때 특히 심했던 속 쓰림은 내가 허기져서 그런 건 줄 알고 그때마다 음식을 먹었다. 먹고 나면 속 쓰림이 조금 잦아들었지만 그 후에는 어김없이 복통과 설사가 이어졌다. 그때마다 식탐도 조절 못한다고 나 자신을 자책했었다. 위가 살려달라고 보내는 신호였는데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쥐어짜는듯한 복통과 함께 흑변(검은색 변)을 보았다. 평소 변 색깔을 잘 보지 않고 물을 내려버리는데 그날은 정말 왜 그랬는지 내 변을 색을 보게 되었다.

흑변은 소장보다 위쪽에서 발생한 소화기관(위, 십이지장)의 출혈이 소화관을 따라 내려오면서 세균에 의해 분해되어 붉은색을 잃고 검은색으로 바뀐 후 변과 함께 나오는 것을 말한다. 소화관에서 체류시간이 길수록 더 검게 되어 짜장면 색처럼 흑변이 나오게 되고, 대량 출혈이 발생하면 색깔이 검정으로 바뀌기 전에 붉은 혈변으로 나오기도 한다.


나는 위에서 소량의 출혈이 계속 있었던 거 같다. 그동안의 증상들은 별거 아니겠지 넘겨버렸지만 내 몸이 보내는 출혈 신호만큼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흑변을 보고 너무 놀랐었지만, 오히려 그때 그 흑변이 아니었으면 버티고 버텨서 위에 있던 종양을 더욱 키웠을지 모른다. 그랬더라면... 상상하기도 싫다.


몸이 평소와 같지 않다면 그 증상을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기지 고, 꼭 병원을 가보길 권한다.



암의 발견, 진단

나는 위암 3기이다. 암이라고 의사의 입을 통해 들을 때 가장 먼저 묻는 건 "몇 기예요?" 였던 거 같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기수에 집착을 할 것이다. 높지 않기를, 죽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암의 기수는 종양의 크기와 전이(다른 장기로 전파)된 상태에 따라서 기수가 결정된다.

처음에 나도 병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어 2기 이상 일거라는 이야기만 들었었다. 수술을 통해 암의 크기가 5cm 정도로 확인되었고, 림프절로 9의 전이가 있어서 최종 3기로 결정되었다.

사실 수술을 할 때까지는 정확한 기수를 알 수 없다. CT와 PET-CT로 종양의 크기를 어느 정도 예측하지만 그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게다가 타 장기에 전이가 크면 보이지만 나처럼 림프절까지의 전이는 수술하기 전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정확히 몇 기냐? 따지며 불안해하지 말고, 치료방법이나 과정에 대해 자세히 묻고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2기건 3기건 어차피 생겨있는 암인데 한 끗 차이 숫자에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2기에서도 재발되기도 하고, 3기에서 재발 안되기도 하고, 기수가 높아도 완치돼서 건강히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율이 60, 즉 사망률이 40%라 해도 내가 완치를 하면 생존율 100%가 되는 거니까!

우리나라에서 발병률 1위인 위암은 초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이 높지만 건강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게 되는 나이인 만 40세 이상의 사람들이나 초기에 발견되기 쉽지, 굳이 증상이 없다면 위내시경을 하지 않는 만 40세 미만의 젊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진행된 후 발견해서 병기가 깊은 경우가 많다. 만 40세 미만에서도 위내시경을 지원해주었으면 좋겠다. 증상을 자각하기 전에 위내시경을 할 일은 거의 없으니,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달라졌을까? 나는 오히려 그때 알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사람들이 대략은 알지만, 정확히는 알지못하고 헷갈려하는

 위암의 병기 구분에 대해서 정리해봤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TNM 병기 분류법>

암은 단순히 암의 크기가 아니라 침윤 정도, 전이에 따라 병기를 구분한다. 바로 그방법이 TMN병기 분류법이다.

T(종양의 침습 깊이) : T1a점막층, T1b 점막하층, T2 근육증, T3장막 하층, T4a장막층, T4b 주변 장기

N(림프절 전이) : N0 전이 없음, N1(1~2개), N2(3~6개), N3a(7~15개), N3b(16개 이상)

M(타 장기 원격전이) : M0(원격전이 없음), M1(원격전이 있음)


TNM의 상태에 따라 병기를 나눌 때는 우리가 아는 1, 2, 3, 4기가 아니라 각 병기별 A, B 또는 A, B, C로 세분화된다. 생각보다 단계가 많아서 헷갈리는데 기수가 높아지고 알파벳이 올라갈수록 침윤의 정도와 전이가 높아짐을 알 수 있다.

1기 A : 점막하층까지 종양이 있는 경우(림프절 전이 없음)
1기 B : 근육층까지 종양이 있는 경우(림프절 전이 없음)
1기 B : 점막하층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1~2개 있는 경우
2기 A : 점막하층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3~6개 있는 경우
2기 A : 근육층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1~2개 있는 경우
2기 A : 장막 하층까지 종양이 있는 경우(림프절 전이 없음)
2기 B : 점막하층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7~15개 있는 경우
2기 B : 근육층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3~6개 있는 경우
2기 B : 장막 하층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1~2개 있는 경우
2기 B : 장막층까지 종양이 있는 경우(림프절 전이 없음)
3기 A : 근육층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7~15개 있는 경우
3기 A : 장막 하층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3~6개 있는 경우
3기 A : 장막층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1~2개 있는 경우
3기 A : 장막층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3~6개 있는 경우
3기 A : 주변 장기까지 종양이 침범한 경우(림프절 전이 없음)
3기 B : 점막하층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16개 이상 있는 경우
3기 B : 근육층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16개 이상 있는 경우
3기 B : 장막 하층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7~15개 있는 경우
3기 B : 장막층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7~15개 있는 경우
3기 B : 주변 장기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1~2개 있는 경우
3기 B : 주변 장기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3~6개 있는 경우
3기 C : 장막 하층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16개 이상 있는 경우
3기 C : 장막층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16개 이상 있는 경우
3기 C : 주변 장기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7~15개 있는 경우
3기 C : 주변 장기까지 종양이 있고, 림프절 전이가 16개 이상 있는 경우
4기 : 다른 장기로의 원격전이


나는 수술 후 확인해보니 5.5cm X 3.5cm 크기의 종양이 T3인 장막 하층까지 침범을 했고, 림프절 전이가 9개나 있었다. 고로 3기 B에 해당했다.

그렇게 위암 3기 환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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