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이치 May 25. 2021

운영 업무 빌런의 7가지 유형

제에발상생 좀 합시다

도무지 여유가 없는 나날이었다. 프로젝트만 전담으로 하다가 쇼핑몰 운영 업무 일부도 같이 맡게 됐다. 사실 아직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이고 적응도 덜 됐다. 적응을 유난히 할 수 없게 하는 빌런들이 있었다. 프로젝트에서 운영으로 바뀌었다고 일이 대단하게 바뀐 것도 아니고, 일하는 사람들도 엇비슷한데 유형은 꽤나 바뀌었다. 허덕이는 와중에 나름대로 정리해보는 그들의 유형과 대응책.






이런 모습은 아니지만... 코난이지만...



1. 무응답 빌런

- 난이도 :

- 특징 : 무슨 수단으로, 어떤 내용으로 연락해도 답을 주지 않는다. 어쩌다 연락이 된다면 자기가 필요할 때, 필요한 정보만 뽑아간다.

- 대처 방법 : 다면적인 대처가 필요한 유형이다.

1) 바로 윗 상사를 참조로 요청하기

2) 대면해서 언제 무엇을 요청했고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데(받지 못했는데) 그에 대한 답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론화하기

3) 그쪽에서 요청이 들어오는 건은 답이 오기 전에는 모두 받아주지 않기



2. 내꺼 먼저 빌런

- 난이도 : ★★

- 특징 : 내 업무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고 당장 처리되지 않으면 천지가 개벽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전화나 메일, 메신저를 폭탄 수준으로 보낸다.

- 대처 방법 : 100이면 100 진짜 급한 건은 없으니 무시하거나 다른 일 먼저 처리해도 무방. 대신 둘러대기 스킬은 조금 필요하다.



3. 미꾸라지 빌런

- 난이도 : ★★★

- 특징 : 무슨 주제로 어떤 얘기를 해도 주제와는 맞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은 쪽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겨우 돌고 돌아 주제로 돌아오면 다시 논점을 흐리며 회의 시간을 늘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 대처 방법 : 딴 길로 샐 때마다 논점을 다시 짚는 게 중요하다. 했던 말을 또 하는 경향까지 있어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싶을 때는 말을 끊기도 해야 한다. 지엽적인 부분이라고 생각되면 그 부분은 나중에 따로 얘기하자는 제안이나 그 점은 지금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를 해야 한다.



4. 뒷북 빌런

- 난이도 : ★★★☆

- 특징 : 일정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는 회의 때 정해진 방향을 수긍하는 제스처를 보내기도 한다. 수없는 피드백 요구에도 회신이 오지 않기 때문에 얼핏 무응답 빌런 같아 보이지만 기획이나 정책을 확정한 이후에 갑자기 뭔가를 마구 보내기 시작한다.

- 대처 방법 : 아주 가벼운 요청도 기한이 지나면 절대 들어줄 수 없다는 제스처를 몇 번은 취해야 한다. 별 거 아닌 건은 사실 들어줄 수도 있지만, 거절의 경험이 있어야 그쪽도 고민이라는 걸 한다. 일정이든, 개발이든 타당한 사례와 그에 맞는 증거를 들이밀고 수용 불가를 외치자.



5. 꿀단지 빌런

- 난이도 : ★★★★

- 특징 : 아무것도 공유해주지 않는다. 아무런 협의 없이 일이 진행되고 나중에서야 결과를 받아 들게 된다. (좋은 방향이면 다행이지만 보통의 경우...) 가서 물어봐도 얼버무리거나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 정도의 중증 빌런도 있다.

- 대처 방법 : 이 유형은 몇 번 뒤통수를 맞은 후에야 알게 된다. 업무를 진행하며 끊임없이 챙기는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문의하고,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그도 안 된다면 모두 모아놓고 앞에서 말하게 시켜야 한다. 협의되지 않은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었을 때의 책임소재가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6. 다른 코스로 뛰는 경주마 빌런

- 난이도 : ★★★★☆

- 특징 : 분명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도 전혀 다른 얘기를 한다. 오로지 자신의 시야만 맹신하는 경향이 있어 당당하게 나오면 되려 제대로 된 기억을 가진 쪽에서 정말 그런가? 하고 착각하게 된다. 잡스럽게 일정을 지연시키고 업무에 혼선을 빚는다. 이해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생각만 밀어붙인다.

- 대처 방법 :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중요한 사항까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시키며 일을 사정없이 꼬아버린다. 몇 시간에 걸친 회의도, 사고를 방지하고자 적은 회의록도, 몇 달에 걸친 눈높이 맞추기도 다 소용없다. 어떻게 똑같은 얘기를 저렇게 이해했나 싶겠지만 어쩔 수 없다. 본인의 기억만을 믿기 때문에 증빙을 철저히 준비하고, 답답하겠지만 몇 번에 걸쳐 설명해야 한다. 특히 몇 번이고 설명해준 부분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계속 서로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족스럽게 끝난 회의에서도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과정을 중간중간 계속 체크해야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7. 그건 안돼요 빌런

- 난이도 : ★★★★★

- 특징 : 본론을 꺼내기도 전에 말을 걸면 그건 안돼요가 돌아오는 특성이 있다. 일단 거절하고 보는 타입으로 어떤 상대의 의욕도 꺾을 수 있다.

- 대처 방법 : ...사실 잘 모르겠다... 보통 저 유형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짬이 차 있고 상당히 비협조적인 관계로 짬이 딸리면 대응책이 없다. 더 높은 짬이 찍어 누르는 수밖에... (그래도 안 되는 경우가 태반)






한참 잠 오는 시간인 거 알지만 그래도요



빌런은 한 가지 유형이기도 하지만 복합적으로 여러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직급에 상관없이 분포해 있지만 당연히 직급이 올라갈수록 위에 매긴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사실 빡치욱한 마음에 스트레스 풀이용으로 써 본 글이라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실무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 생각지는 않는다. 어차피 부딪혀봐야 알게 되고, 바리에이션은 다양해서 사람마다 특징도, 대처 방법도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다. 힘든 업무를 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작은 공감이라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나는 유형이 지금은 더 없는데 제발 추가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운영 업무 빌런이라고 썼지만 프로젝트에서도 있을 수 있고, IT가 아니더라도 있을 수 있다. 다들 상대방을 조금만 생각하고 상생합시다. 다 같은 회사 다니는데 거 참.

매거진의 이전글 타협을 모르는 기획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