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료엄마의 영화스토리텔링, <어디갔어, 버나뎃>
반쯤 가려진 채 커다란 선글라스를 쓴 여인의 모습 영화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터키옥색 바탕에 노랑 글씨. ‘과거엔 건축계 아이콘 현재는 문제적 이웃 그녀가 사라졌다’
터키옥색은 우리를 들뜨게 하고 활력을 되찾아주며 에너지를 주고 정신을 깨운다. 따라서 욕실을 터키옥색으로 꾸미면 아침에 정신을 차리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숙면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침실에는 추천하지 않는다(책, 『컬러의 힘』, p95).
아침을 깨우는 상쾌한 영화 한 편. 그래서 선택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어디갔어, 버나뎃〉코미디, 드라마 장르다. 오! 주인공 케이트 블란쳇 그냥 밋밋한 영화는 아니겠군. 그녀가 출연한 영화는 반사회적이고, 뭔가 특별한 이야기, 그리고 일단 스토리 전개가 빠르다(절대 지루할 틈이 없다). 일단 믿고 보는 그녀였다.
그런데 영화〈어디갔어, 버나뎃〉은 어? 이상하다.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영화라서 그런지 더 괜찮은 느낌이다. 뭔가 내 맘을 쉭! 뚫고 지나갔다. 영화 마지막 장면 마리아 셈플 소설 원작이라는 자막이 눈에 띄었다. 그래 이 영화 너머 원작자의 작품에 호기심이 생겼다. 스크린 외에 캐릭터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더욱 궁금해졌다.
『어디갔어, 버나뎃』( 글: 마리아셈플 이진:옮김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2016.7.5) 책 뒤표지 문구 내용.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그 여자는 미쳤어.”
악명 높은 버나뎃 폭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것도 자기 집 화장실에서!
크리스마스 이틀 전,
남극으로 떠나는 가족 여행을 코앞에 두고 사라진 버나뎃.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버나뎃?
한 가정의 가장, 마이클로소프트에서 250명을 책임지고 있는 성공한 리더, 남편 엘긴 브랜치(빌리 크루덥). 한때 ‘맥아더상’을 수상한 천재 건축가였으나 현재 남편의 그늘에 가려져 시애틀에 20여 년 간 은둔 생활을 하는 문제적 주인공, 버나뎃 폭스(케이트 블란쳇). 몇 번 유산의 아픔을 거쳐 겨우 얻은 소중한 딸 비(엠마 넬슨). 그 외 문제적 이웃들 오드리 그리핀(크리스틴 위그), 수잔 리시걸.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남편은 문제적 일중독자이고 버나뎃은 문제적 딸집착자다.
시애틀에서의 그녀의 사회적 관계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주변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 더군다나 시애틀은 지역 특성상 커뮤니티 활동을 중요하게 여긴다. 사생활 침해를 꺼리는 그녀로선 대략난감인 곳이다. 학부모 모임에도 나가지 않고 학교행사 관련 안내 메일도 일절 거부한 상태다. 지역 사회와 단절된 채 지낸다. 그러나 버나뎃 의지와 상관없이 이런 저런 문제에 휘말리게 된다. 어느새 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위협하는 공공의 적, 문제적 인물이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는 딸 비다. 그 외에 인도의 가상도우미 만줄라 카푸어. 버나뎃은 보이스톡을 통해 그녀에게 대부분 집안일을 의뢰하고 불평불만을 토로한다. 잡다한 물건을 사는 일에서 병원 예약‧취소 등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든 일을 그녀가 대신 처리해준다. 도대체 그녀가 하는 일은 뭘까? 학교에서 딸 픽업 , 시애틀 주변 사람들을 향한 원망을 남편에게 쏟아내는 일이다. 뭔지 모를 불안증으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불면증은 또 다른 불안증으로 이어진다. 그렇다. 그녀는 친구도 없고 가족, 사람들과 멀어지며 점점 미쳐간다. 어쩌다 건축천재 그녀가 이런 문제적 이웃이 되었을까?
두 개의 서로 다른 인터뷰에서 그녀가 왜 미쳐가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먼저 한 장면, 남편 엘긴과 매드로나 힐의 신경정신과 의사, 자넬 커츠 박사의 상담 내용이다. 버나뎃의 행동, 일련의 증상과 관련하여 전문가 의견을 얻기 위해 아내 몰래 마련된 자리다. 남편은 아내의 정신 상태와 관련된 내용을 낱낱이 고발한다(물론 남편의 관점이다). 마침내 의사는 다음의 결론을 내린다.
버나드 폭스 씨는 학교에서 어느 학부모를 차로 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학부모를 약 올리기 위해 그녀의 집 앞에 팻말을 세웠습니다.
현재 약물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극도의 불안감, 과대망상,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책『어디갔어, 버나뎃』p260
남편은 아내의 이런 이상한 행동 원인을 남극 가족 여행 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편과 정신과 의사는 아내 버나뎃 폭스가 '사회적응장애'라며 잠정적 결론을 내린다. 향후 버나뎃과 함께 만난 후 최종 매드로나 힐 병원행 치료조치를 취하기로 한다.
그러나 만일 그들이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었다면? 남편(남의 편) 엘긴은 아내인 버나뎃을 믿지 않는다.
또 다른 장면, 버나뎃과 건축과 교수 폴 젤리넥 교수(로렌스 피시번)와의 대화 내용이다. 그녀는 건축가 동료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폭포수처럼 쏟아낸다. 비합리적인 불안이 자신의 기운을 빼는 일에서부터 설거지, 식료품 쇼핑, 운동, 기본적인 친절함도 다 사라지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까지 끝도 없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남편에게조차 하지 못하는 비밀이야기를 말이다. 폴 젤리넥은 그녀의 폭풍 수다를 적절한 반응과 함께 모두 들어준다.“오~,아~,저런~”
사실 그녀에겐 비밀이 있다. 그녀의 커다란 실패이자 아픈 흔적이다.
그것은 LA 20마일 주택 사건이다. 삼 년에 걸쳐 재창조한 그녀의 건물은 하루 만에 허물어졌다. 바로 옆집 이웃이 파괴자다. 주차 문제가 사건의 빌미가 되었다. 그날의 악몽은 그녀의 비전을 갉아먹었다. 버나뎃 폭스는 그 뒤로 집을 한 채도 짓지 않았다. 그녀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게 된 남편을 따라 시애틀로 이주했다. 천재 건축가는 그렇게 그늘로 사라졌다.
버나뎃의 시계는 그날로 멈춰 버렸다. 자기혐오, 과거를 혐오하고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비로소 버나뎃의 닫혀졌던 과거와 현재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두 전문가는 버나뎃의 이상 행동을 두고 전혀 다른 문제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심리치료 VS 새로운 일’
20년 동안 만난 적도 없는 건축학 교수 폴은 마침내 그녀에게 명쾌한 해결책을 내린다.
“(푸념)듣기엔 재미있었지만 중요한 게 빠졌지. 너 같은 사람은 창작을 해야 해. 그러려고 세상에 태어난 거고. 그렇지 않으면 사회에 위협이 되지. 네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하나야. 다시 일 시작해!”
홀로 남극 여행을 감행한 버나뎃은 친구(트로이안 벨리사리오)와 가벼운 술 대화를 통해 자기정체성을 찾는다.
“당신은 건축가인가요?” 그녀의 존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그녀에게 묻는다. “아니요, 저는 건축가가 아니에요. 미적 감각이 뛰어나며 창의적 문제해결자이자 그걸 실행하는 악몽을 좋아할 뿐이죠.” 그녀의 특별한 유머 감각이 돌아왔다. 그리고 새로운 악몽(?)을 실행하기로 결심했다. Move forward!
영화〈어디갔어, 버나뎃〉 은 〈다시시작, 버나뎃〉 으로 현실도피가 아닌 다시 도전의 세계로!
디제잉 오드리의 추천 노래 Newton Family의 《Smile Again♬》
당신은 과거의 어느 순간 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에 집착한 적이 있나요? 미래가 두려운가요?
그런데 과연 이러한 두려움들이 모두 사실일까요?
아무렴 어때요. 마법의 터키옥색, 책/영화<어디갔어, 버나뎃>한 편 그거면 충분해요. 그리고 다시 웃어요.
“All the things they said were never true(그들이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었어요.)
Smile Again(다시 웃어요.)
We can start a new(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