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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아작가 Aug 15. 2021

독수리가 되고 싶은 닭

마법을 믿는 사람들을 위하여...

‘독수리가 되고 싶은 닭!’

은은한 달빛을 보며 구름 위를 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언젠가 하늘을 날 거야!’ 


조미료엄마의 영화 스토리텔링 스티븐 프리미어 감독의 영화 플로렌스

플로렌스의 꿈, 세상에서 누구보다 노래를 좋아하지만 누군가에겐 시끄러운 소음으로 들리는 음치 소프라노 플로렌스(메릴 스트립)의 무모한 꿈 이야기다. 소름 돋을 정도의 부정확한 음정, 음색으로 정평이 난 그녀지만 부모가 남겨준 유산 덕분에 자신의 무대에서 맘껏 노래를 부르며 산다. 그런데 그녀에겐 가슴 속에 깊이 묻어둔 거창한 꿈이 있다.


‘언젠가 카네기 홀에 서고 싶어요!’ 

카네기 홀, 전 세계 음악인들이 한번은 공연하고 싶은 꿈의 무대이지만 음치인 그녀에겐 무모한 도전이다. 어쨌거나 그녀는 카네기 홀 공연을 선언하고 즉각 행동에 돌입한다. 그녀가 아무리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해도 절대 안 되는 무대다. 모두의 조롱거리를 자처하는 희대의 사건사고가 될 것이다. 이번만큼은 그녀를 가만히 두고 볼 순 없다. 그녀의 남편 베이필드(휴 그랜트)도 음치맞춤형 연주자 맥문(사이몬 헬버그)도 그녀의 꿈을 뜯어 말린다.


‘1%의 재능과 99%의 자신감으로 카네기 홀에 서다!’

어쩌다 카네기 홀 무대에 선 그녀.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아리아를 부르는 장면… 소름 돋을 정도의 괴성…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가. 불안한 꿈의 무대공연은 가까스로 끝이 났다. 

오! 플로렌스, 마술피리. 나와 플로렌스가 함께 부르는 암탉의 노래.

다음은 꿈꾸고, 행동하고, 성취하는 마법을 믿는 사람들을 위한 나의 동화 이야기다.

  


아리의 꿈  

병아리, 어릴 적 내 별명이다. 입을 삐쭉 내밀며 쉼 없이 재잘거리는 내 모습이 노란 병아리를 닮았다고 꼬마 적 옆집 오빠가 내게 지어주었다. “어이! 병아리”라며 노골적으로 날 놀리곤 했다. 별명, 듣기는 싫지만 사실인 이름! 남이 부르는 걸 어쩌겠는가. 받아들일 수밖에. 나는 그렇게 날개는 있지만 날 수 없는 병아리가 되었다.

다음은 별명과 함께 성장한 병아리 아리의 꿈, 서투른 나의 성장 이야기다.



어느 작은 마을 노랑 병아리가 살았어. 아리에겐 한 가지 고민이 있었지. 

‘날개가 있는데 날 수가 없다고? 하지만 여길 벗어나 더 큰 세상을 구경하고 싶어’

과연 조그만 아리는 답답한 이 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주변 친구들은 쑥덕쑥덕 자기들끼리 말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독수리 친구가 말했어.

“야, 넌 참 웃기는 병아리구나! 날개가 있지만 날 수 없는 새야! 그걸 기억하라고”

아리는 친구들의 비웃음보다 이룰 수 없는 자신의 꿈이 더 슬펐어.


어느 날 ‘날개 의상실’ 앞을 지나가다 황금빛으로 반짝거리는 깃털장식 옷을 발견했어. 

‘황금 깃털? 누군가 옷이 날개라고 했어. 그래, 옷을 그려 연습하고 하늘을 날아야지!’

아리가 아무리 옷을 그려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해도 절대 하늘을 날 수는 없었지.


‘안되겠어. 진짜 하늘을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어!’

마을을 벗어나 이웃 마을 숲속으로 아리는 새로운 모험을 떠났어. 

조그맣고 가느다란 새 다리로 걷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지.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어. 가는 길에 숲속 친구들을 만났어. 여우, 고슴도치, 나무늘보, 파랑새. 그 친구들은 아리에게 세상에 대한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날개뿐만 아니라 행글라이더, 비행기 그리고 펄럭펄럭 날개를 가진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믿기 힘든 대단한 세상이었어. 


세월이 흘러 어느 덧 꿈꾸는 아리는 빨간 벼슬을 가진 자연을 닮은 초록 아리가 되었어. 

그리고 초록 아리는 소중하고 특별한 병아리, 에나멜 아리의 엄마가 되었지.

따스한 어느 봄 날, 에나멜 아리가 초록 아리에게 물었어.   

“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요?” 

“벌써 다 컸는걸!” 사실 초록 아리의 꿈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어.


어느 날 초록 아리는 멍하니 하늘 위를 보았어. 토끼구름… 아기구름… 새털구름…

어디선가 옛날 에나멜 아리에게 불러주었던 그 노래가 들려왔어. 

‘♪흘러가는 흘러가는 조각구름… 멀어져가는 멀어져가는 꿈이여♪’ 

새털구름? 조각구름? 멀어져가는 꿈?

저 멀리 새털구름은 시커먼 먹구름으로, 독수리구름으로 변했고, 독수리는 펄럭펄럭 날갯짓을 하며 내 마음속에 휙 날아왔어. 바로 그 순간 마법이 일어났어. 언제부턴가 사라졌던 날개 꿈이 번쩍 되살아난 거야.




마침내 마음속 아리가 깨어났다. 

‘하늘을 봐! 계속 꿈을 꾼다면… 넌 날 수 있어. 포기하지 마! 자, 내 손을 잡아’

은은한 달빛, 하늘을 나는 독수리가 되고 싶은 닭!

다시 시작해. 아리 아리 아리!‘

그녀가 아무리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해도 절대 안 되는 무대는 없다.

지금까지 날개 마법사 이은아, 서투른 아리의 역사 이야기였습니다.


*위의 '병아리 그림'은 개인 창작물로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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