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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희 Mar 20. 2022

내일 배움 카드) 플라워 홈 데코레이션 플로리스트 첫날

플라워 레슨, 첫 번째 기록




백수일 때 제일 처음 배우고 싶었던 건 빵이었다. 그런데 교육과정을 보니 발효가 필요한 제빵보다는 제과기능사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과이든 제빵이든 백수인데도 생각보다 바쁜 내 스케줄에 맞지 않아 주 5일 다 수업받는 것이 아닌, 주 2회 정도 수업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결국 백수생활이 끝나갈 무렵 눈에 들어온 ‘플로리스트’. 꽃꽂이는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취미였는데 왜 잊고 있었을까! 하루 만에 끝나버리는 원데이 클래스보다 뭔가 제대로 수료해보고 싶었고 내일 배움 카드로 당장 등록해버렸다. 주 1회, 토요일, 6시간, 총 7주의 과정으로 국가자격증을 따는 코스는 아니더라도 ‘홈데코’라는 말이 붙은 만큼 인테리어나 실내장식에 어우러지는 꽃꽂이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의 주제는 한송이 포장&라운드형 센터피스.

‘센터피스’? 수업을 듣기 전엔 뭔지 감이 잘 안 오는 이름이었는데, 지금 보니 참 직관적인 이름이다.

반원형의 꽃꽂이를 화기(花期) 위에 완성하는 것으로 테이블 가운데 놓인다고 해서 센터피스.

세모나 옆으로 퍼지지 않도록 모양을 동그랗게 만들고, 어느 각도에서 봐도 꽃이 풍성하게 보이는 것이 핵심인 모양이다.

우리 집의 어디에 놓일지 생각하며 기왕이면 인테리어에 어우러지게 잘 꽃아 준다.

6시간의 긴 수업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흥미롭고 재밌는 수업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수학이 쓰인다는 것.

원의 지름을 생각하며 꽃아 주지 않으면 삐죽삐죽 꽃이 지나치게 산만하거나, 원구가 둥그스름한 게 아니라 피라미드형같이 되어 버린다.


반구형의 센터피스를 만들며 내내 든 생각.

조화는 어렵구나.

어떤 꽃은 화려하고, 어떤 꽃은 안정을 주는 역할을 한다.

아무런 색이 없는 작은 안개꽃이나 잔잔한 그린피스도 각자 제 역할이 있다.

같은 화려한 꽃이라도, 메인이 한 무대에 몰려 있거나, 서로 눌리면 안 된다.

길이를 약간 다르게 해서 심심하지 않게,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반구형이 완성되어야 한다.

꽃의 개화 속도도 생각해봐야 하는데 활짝 핀 송이 사이에 타이트하게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 한 송이를 넣어버리면 꽃이 예쁘게 필 수가 없다. 필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이 모든 걸 생각하며 꽃을 만지다 보면 어느새 어지러웠던 마음도 차분해진다.

실습시간이 넉넉하여 급할 것 없이 내가 원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찬찬히 꽃을 꽂아본다.

원하는 지점을 찾고, 길이를 재보고, 물을 잘 먹을 수 있도록 나선형으로 줄기 끝을 다듬고, 꽃의 고개를 돌려주고, 또 생각해 본 뒤에, 조심스럽게 꽂는다.



집에 가는 길에 내 손엔 풍성한 센터피스 꽃다발과 장미꽃 한 송이가 들려있다.

전혀 피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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