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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희 Jun 21. 2020

1958년 여자, 1992년 여자가 여행하는 이야기

서론 : 희옥


1958년에 태어난 희옥은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다.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며 그들이 언젠간 죽을 것임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58 희옥은 별다른 변수가 없는  나보다 먼저 죽을 것이다. 나보다 이른 죽음이 거의 확실한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커다란 눈에 생기가 비출 때면 기쁘고 커다란 눈이 지쳐있을 때는 마음이 아프다.
그녀의 삶은 자기희생으로 채워져 있다. 남편, , 어머니, 친구들을 만나며 “내가 그들의 무엇이 되어줄까?” 생각하는 사람. 흔치 않은 사상을 가지고  넓은 시야에서  깊은 사랑을 나타내는 사람이라 그녀는 인기가 많다. 핸드폰이 하루 종일 진동을 하는 여자!

그녀에 대해  말이 아주 많다.
여느 엄마가 그렇듯이 희옥도 아주 치열하게 살았다. 그녀는 1958 안양에서
우직한 경찰이셨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오 남매  셋째로 딸로는 둘째로 태어났다.
첫째 언니는 공부보다는 노는  좋아했고 오빠는 어린 시절 아이 없는 큰집에서 길렀다.
셋째인 희옥은 노는 것보다 공부가 좋은 소녀로 자랐다. 새벽 4시에 아무도 없는 학교에 가서 혼자 방해 없이 공부하는  좋아했고 고등학생 때는 동갑내기 학생을 과외할  있었던 똑똑한 학생이었다.  아버지의 퇴직과 동생의 고등학교 학비 내는 계절이 겹치는 순간, 그녀는 대학을 포기했다. 아마 두고두고 후회했을 인생의  점이었다.
27살에 남편을 만나 결혼하며 그녀는 이제 내가 없는 , 가족을 위한 삶을 시작했다.
 많던 희옥은 어디 갔을까.
수학을 가르치는  좋아하던 희옥.
엄한 경찰 출신 아버지에게 원하는 외박을 얻어내기 위해 경찰의 화법으로 육하원칙 보고서를  써내던 희옥.
노래 부르는  좋아하고 중간 음계의 맑은 옥타브 가곡이  어울리는 희옥.

본디 긍정적인 사람이었지만 그녀는 결혼  인생의 많은 고난과 시련 속에서  단단하게 기쁨을 유지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남편의 사업 실패, IMF 위기, 첫째 딸의 뇌성마비 진단 등을 겪으며 그녀는 상황이 어떠하든 웃는 법을, 회복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렇다. 넘어지는 것은 누구나 겪을  있지만, 일어나는 것은 배워야만 한다. 진주조개가 고통 끝에 아름다운 보물을 속에 품듯 그녀는 세월을 흐르며 더욱 강하고 아름다워져 갔다.  적어도 28년간 그녀를 지켜본 결과 그녀는 세월이 갈수록 빛이 나는 진주 목걸이 같은 사람이다.

아름다운 그녀는 한 번도 해외로 여행을  적이 없다!
92년생 여자는 가장 친한 친구와 여행을 가고 싶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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