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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희 Jan 04. 2021

희옥의 첫째 딸 이야기 - 칠 년만 살다 간 아이

희옥의 첫째 딸 이야기_칠 년만 살다  아이

희옥의 첫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나는 희옥의 외동딸로 자랐다. 그녀의 첫째 딸은 7살의 이른 나이로 죽었기 때문에.
뇌성마비는  당시만 해도 흔치 않은 진단명이었다.

희옥이 결혼하고 삼 년 ,  아이를 임신했다.
서른한 살에 낳은 작은 여자아이는  울지도 않고 젖을 달라고 보채지도 않는 아이였다.  아이라 잔뜩 긴장하며 밤에도 새벽에도 깰까 봐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아닌지 했는데  순한가 보다 하며 삼 개월이 지났다.

어느 날 , 젖을 먹는 중에 아이가 경기를 일으키고 눈이 풀렸다.
기겁을 하고  중에 응급실을 가니 원인을 모르고,,,  후로 계속 몸에 힘을 주고 경기를 하니 백방으로 뛰어다녀 찾아간 곳이 삼육 재활병원.
그곳에서 아기는 뇌성마비 1급을 판정받았다.
중증 뇌성마비, 말은 커녕 목도 못 가누고 눈도 초점이 안 맞고 삼키는 것도 겨우 해야 한다.
의사는 길어봐야 오 년이라고 했다.
아무리 유동식을 부드럽게 해 줘서 폐에 들어가게 되고, 결국 폐렴이 오기 때문에 오래  수가 없다고 했다.

희옥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희옥의 일기장은  시절 백지로 남아있다. 아니면 내가 못 찾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머릿속도 새하얀 백지가 되지 않았을까.
 아이였는데, 사실 계획된 임신이 아닌, 우연히 임신 2개월 만에 알게 된 임신이라고 했다.
시골의 비포장길을 오토바이도 얻어 타고 그랬는데, 내가 잘못한 거였어...
하고 그녀는 가슴 아픈 말을 했다.

언니를 치료하려고 노력해봤냐고 하니 당시의 우리 집안의 어려운 경제사정에서 정말 최선을 다하신  같다. 경희대학병원에 양방과 한방 치료가 같이 있어서 20 입원한 적도 있다.  입원기간에 경기는 멈췄지만 결국 집에 돌아오니 모두 소용없었다고...

겨울 끝나가고 어느 봄날, 의사의 예상과는 다르게 어느덧 7살이  아이는 또다시 폐렴에 걸렸다.
다른 때와 다르게 엄마가 너무나 바빴다. 1 트럭으로 아홉 번을 날랐을 정도로 이삿짐이 많은 데다  4, 만으로는 생후 24개월밖에 안된 둘째 딸인 나도 있었다.

결국 이삿짐을  풀지도 못하고 또다시 가게 된 병원 응급실에서 아이는 돌아오지 못했다.

 이야기를 하고 엄마는, 희옥은 웃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사 간 집에 아직 한나의 방이 없었거든.  아이의 빈자리를 느낄 새가 없었어. 이삿짐을 정리하며, 자연스레 한나의 짐도 모두 없어졌지....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나는 기억나지 않는 나의 어린 시절, 그리고 언니.
겨우 4살이었지만, 언니에게 맘마 먹여야 한다고 엄마가 밥그릇을 가져오길 기다렸다고 한다.

희옥의 아픈 손가락을 가슴에 묻고 어느덧 26년이 흘렀다. 손도 발도 작고 혼자 몸도 못 나가던 첫째 딸과 달리 활발하고 덩치 컸던 둘째가 이제 서른 살이다.

아직도 엄마 맘속에 살아있을, 일곱 살의 시간 속에 멈춘 나의 언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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