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개했다. 정말 이상하게도 만개하자마자 어제와 오늘 연달아 비가 내렸다. 며칠 만이라도 벚꽃이 머물러주길 바랐는데. 염려스러운 마음을 안고 블라인드를 올렸다. 땅과 하늘은 회색이 섞인 하얀빛으로 잠겨 있었다.
작년 봄의 마음이 잘 떠오르지 않아, 그때 썼던 글을 읽었다. 문장들은 생각보다 선명하게 돌아왔다. 오색찬란한 봄 속에서, 나는 그제야 비로소 멈춰 서는 법을 배웠다.
겨울과 봄, 여름과 가을은 더 이상 분명한 경계를 갖지 않았다. 종이 한 장을 넘기듯 계절은 쉽게 이어졌고, 나는 그 변화 앞에서 자주 몸을 웅크렸다. 그래서 더 제철의 행복을 찾게 됐다. 현재에 충실한 것처럼 보였지만, 어쩌면 나는 여전히 변화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유독 벚꽃의 낙화가 두려웠던 건, 찰나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고 싶어서였을까.
매년 같은 자리에서 꽃을 피우는 나무 아래, 옆으로 꺾인 채 자란 나뭇가지 사이에 서 있으면 나는 아직도 삶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벚꽃의 아름다움은 만끽하면서도 내 삶은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나는 여전히 봄을 기다린다는 사실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계절을 지겨울 만큼 다시 보고 싶다. 미로 같은 내 삶 속에서 남편은 기꺼이 나와 함께 길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