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Y의 생일이다.
생일을 맞아 C 선생님이 롤링페이퍼를 제안하셨고, 선생님들이 쓴 편지 사이 빈 곳을 찾아 펜을 들었다. 유창하게 읽기 어려운 아이를 위해 짧은 문장들을 겹겹이 써 내려갔다. 축하와 응원 그리고 오늘 하루가 즐겁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적은 후, Y가 글을 읽고 어떤 표정을 보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학창 시절, 나 역시 몇 번의 롤링페이퍼를 받았다. 생일을 맞아 담임 선생님과 반 전체 친구들이 써준 것도 있었고 졸업 기념으로 함께 적은 롤링페이퍼도 있었다. 편지를 받을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말이 적혀 있을까’ 설레고 기대됐다.
그중에서도 중 3 졸업 전 롤링페이퍼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평소 친하지 않던 친구들도 정성스레 문장을 남겨주었기 때문이다. 많은 친구들이 내게 ‘눈물 많고 잘 웃는 친구’라는 말을 남겼다. 어린 시절의 나는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콸콸 쏟아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깔깔거리던 웃음소리도 여전히 남아 있지만, 예전만큼 호탕하게 터져 나오진 않는다. 어떤 친구는 내 애교를, 또 어떤 친구는 ‘고등학교 가서도 연락하면서 친하게 지내자’는 말을 남겼다. 평소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않았지만 나를 좋게 봐준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는 게 고마웠다. 그 롤링페이퍼를 읽는 내내 나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선생님은 여전히 건강히 잘 지내실까. 언젠가 우연히 마주친다면 나를 기억할까. 혹은 내가 그들을 먼저 알아볼 수 있을까. 추억이 남긴 발자국은 계절을 나며 희미해져 가지만, 그 안에서 건네받은 따뜻한 마음만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아있다. 롤링페이퍼를 적으며 마음 한구석에 있던 추억이 문을 두드렸다. 지금도, 교실 안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웃음과 목소리들이 생생하게 메아리처럼 들리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