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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몽 Jan 19. 2021

체력도 습관이다

저질체력 벗어나기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쌓아놓은 체력이 없다 보니 할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오기 시작한다.


어제는 3개월 여만에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너무 힘들면 보내도 된다는 연락을 여러 번 받았지만 긴급 보육이 해제되기만을 기다렸더랬다. 둘째까지 등원할 수 있는 3월까지 버텨볼까 잠시 고민도 해봤다. 어차피 둘째가 가지 않는 이상 하나든 둘이든 별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기로 한 건 그동안 집에만 있으면서 무너져버린 생활습관과 과하게 노출된 미디어에서 벗어나게끔 하기 위해서이다.


행여나 아이가 등원을 거부할까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도 아이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오히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다며 간식을 챙긴다. 여느 때와 같이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곱 시쯤 되자 큰 아이가 깨서 엄마가 일하는 방으로 어둠을 뚫고 찾아왔다. 아뿔싸! 시간이 너무 이르다! 지금 일어나면 등원 시간인 9시쯤엔 졸음이 몰려와 짜증 낼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어린이집은 또 못 가게 될 것이다. 아이를 다시 재우려 했지만 아이의 눈은 이미 말똥말똥하다. 전날 밤 12시쯤 잠들었는데 지금 일어나다니 불안하다. 왠지 어린이집을 안 갈 분위기다. 그런데 웬일로 8시 반쯤 되니 아이가 먼저 어린이 집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마음이 바뀔까 봐 부랴부랴 옷을 입혀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9시가 아직은 이른 시간인가 보다. 등원할 때도 항상 지각생이었기에 이 시간에 등원하는 건 처음이다. 아이가 도착했을 때 아이의 반엔 고작 2명의 친구밖에 오지 않았다. 괜히 보내는 건가? 혹시 다른 아이들은 오지 않을까? 마음이 쓰였지만 이미 온 거 얼른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둘째 아이가 언니와 헤어짐이 낯설었는지 울기 시작했다. 3개월 동안 지지고 볶더니 둘은 절친이 되었다. 그래, 너도 3월이면 다닐 거야. 그때까지만 참아라!


밤새 눈이 내려 몹시 추운 날이었다. 둘째 아이의 시선이 놀이터로 향한다. 아이가 울기 전에 편의점에 젤리를 사러 가자고 꼬드겼다. 아이가 원하는 간식거리를 두둑이 챙겨서 집으로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다. 큰아이가 어린이집을 가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오히려 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은 조용한 편이었다. 언니가 없는 빈자리를 채우려는 듯 아이는 온갖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둘째를 쫓아다니며 아이의 흔적을 지우느라 나는 이미 지쳐 버렸다. 그래도 다행인 건 언니가 없으니 낮잠이라도 잔다는 것이다. 한창 낮잠 잘 두 돌도 안된 아인데 언니와 노느라 낮잠도 못 잔지 오래되었다. 아이를 재우면서 나 또한 이른 아침 일어나 부족했던 잠을 잠시나마 충전한다.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벌써 두 시가 되어간다. 큰 아이가 오늘 일찍 등원한 만큼 하원도 일찍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더랬다. 그래서 오늘은 하원 시간이 2시 50분이다. 대충 집을 정리하고 둘째가 일어나자마자 옷을 입혀 밖으로 나왔다.


3개월 만에 어린이 집에 가다 보니 마땅히 입을 만한 옷이 없다. 코로나로 인해 거의 등원하지 못했던 아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 옷이 전부 작아져 버렸다. 입지 못한 새 옷이 그대로인데 시간이 참 야속하다. 바지 하나만 사들고 빨리 들어오려는 계획과는 달리 바지를 사고 문구점을 들러 슬라임을 산 후 빵집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으로 가득 채워서야 집으로 향했다. 찬바람이 불어 아이 둘은 웨건에 태워 이불로 꽁꽁 싸맸지만 나는 미련하게도 장갑을 챙기지 못해 꽁꽁 얼은 손을 토닥이며 집으로 왔다.






아이가 어린이 집에 가면 여유로울 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둘째에게 집중해야 될 시간이 늘어났다. 하루 일정이 꼬이자 오늘 해야 할 일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 새벽 2시 반까지 그 날 해야 할  일들을 겨우 마무리하고 오늘 새벽 5시 반이 되자 다시금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6시에 기상 인증을 한 후 PPT자료를 만들다 보니 8시 반쯤 되자 졸음이 몰려왔다. 몸이 너무도 힘들었다. 한 시간 정도 눈을 부치면 되겠지 싶어 잠을 청했다. 9시 반에 알람이 울렸지만 일어나지 못한다. 몸이 너무 무겁고 힘들면서 통증이 느껴졌다. 아이가 3개월 만에 어린이 집에 간 것처럼 나 또한 3개월 만의 외출이었다.


우리는 집에서 지지고 볶으면서 체력을 다 했다 생각했지만 오랜만의 외출은 내게도 너무 피곤했던 것이다. 그렇게 몸살이 왔다. 내일 중요한 강의와 주문 상품을 발송해야 해서 오늘 나의 일정은 무척이나 빠듯하다. 하지만 11시가 다 되어 일어나는 바람에 큰아이는 결국 하루 만에 등원을 할 수 없었고 나 또한 반나절이 지나 하루를 시작해야만 했다.


지난 3개월 정도 5시 기상을 하며 몸의 리듬이 깨져 나에게 알맞은 시간을 찾는 중이었다. 하지만 벌려놓은 일이 많다 보니 귀한 잠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기초체력은 떨어지고 움직임이 적어진 틈은 살로 채워지고 있다. 체력도 습관이다. 저질체력은 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아 무얼 해도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래서 올 한 해 나는 저질체력을 잡아보기로 했다. 특유의 버티기로 버티다 보면 체력도 따라오지 않을까. 우선은 물을 1리터 이상 꾸준히 마시고 하루 팔 굽혀 펴기 25개와 스쿼트 50개를 시작했다. 아직 숨이 차긴 하지만 운동 후의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렇게 꾸준히 습관을 들여 요가나 필라테스로 넓혀갈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연말쯤엔 프로필 사진도 찍을 수 있으리란 작은 소망도 가져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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