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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며늘희 Dec 01. 2022

돌아보며

격식없는 시모ㅣ뒷담화 하는 글

되돌아보며



 한번 지난날을 되 돌아봤다. 아기를 낳고 기르며 바빴다. 아니 정신없었다. 핏덩이 같던 아기가 어느새 뒤집더니 이젠 뛰어다닌다. 시간이 꽤 지났다. 그렇게 애를 키우느라 내 시간이라곤 없었다. 그리도 정신없는 와중에 꼴란 일 좀 하겠다고 나댔던 것이 내겐 더 벅찼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도 계절은 변하더니 어느새 또 이리도 날이 추워졌다. 그러니까 내 딸이 태어나 벌써 두 번째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브런치에는 로그인도 못한 날이 많았다. 그렇기에 몇천의 조회수를 넘겼다는 알림도 받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 글에 공감하고 열 분을 토하는 지도 진정 몰랐었다.


나름 독보적인 독자층은 형성하고 있었지만 (주로 며느리 위주의 독자층이라고 할지언정) 어느 날 무슨 연유로 내 글에 포텐이 터졌던 것인지 통계가 마구 올라가 있었다. 그 이유야 알 수 없지만 브런치 공모전에 도전해서 더 많은 이들에게 노출되었기 때문일 수 일수도 있고, 어쩌면 그사이 다음 포털이나 카카오쪽에서 소개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내가 로그인도 하지 못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나를 그리도 답답해했다. 할 말을 좀 하라고 말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나의 격식없는 시모'보다 고구마에 언친 것 보다 더 깊숙이도 답답한 '나 라는 며느리'에 분이 찼을지도 모른다. 그런 오해를 풀어야겠다. 변명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결코 그런 답답이가 아니라고 말이다. 난 분명하게 써놓기도 했다. 싫다고 말했노라. 할 말은 했노라. 어찌 되었든 내 입장을 전했노라 말이다. 그래도 많은 댓글들은 날 질타했다. 내가 이렇게 살지 않길 말이다. 그 질타들이 날카롭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 댓글과 조회수가 날 위로함을 흠뻑 느꼈다. 그래서 더 말하고 싶음이 생겼다. 내가 애를 낳아 키워내고 일을 하며 로그인도 못하며 한글자도 안 적어내던 그 시간 동안 - 또 얼마나 수많은 격식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말이다. 




시모는 많이 변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속박한다. 어쩌면 아들을 다시 자신의 곁으로 되돌리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번듯하게 가정을 꾸리고 사는 아들의 모습을 포기하긴 싫으신 거 같다. 적어도 노총각 아들보다야 결혼한 아들이라는 점이 자랑이 더 될 테고 뭐 하나 모질라 보이진 않다 여기시는 옛날 마인드도 있으신거 같다. 그렇게 자신의 품 안에 두고 싶지만, 결혼도 못한 아들은 내세우기 싫은 거 같다. 그러니까 시모는 자신에게는 늘 어린 아들이 며느리와 종종 살면서 그 며느리가 아들보다는 더 자주 들르길 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비혼주의자라던 시동생도 어느날 갑자기 결혼을 해서 어머님은 두 명의 며느리가 생겼다. 그리고 나에겐 동서라는 시가 사람이 하나 더 생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집 안 성씨를 가진 이가 아니더라도 시가 사람은 시가 사람이다. 그래서 내입장에선 좋을 건 없다. 둘째 며느리와 어머님 사이에서, 그리고 나사이에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중심에 어머님과 아버님의 아들이 있다는 점은 기본 전제가 맞지만, 어쩐지 제일 힘들고 꾸역꾸역 감정을 상해 가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며늘희 - 바로 나였다.




한때는 나의 스트레스를 풀어보겠노라 이 글을 시작했다. 내 감정을 활자로 남겨보리라- 그러했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처음에는 하루에 4-5시간 이상을 쏟아부으면서까지 몇십번의 퇴고에 퇴고를 거쳐 한 권의 브런치 북을 만들어 냈었다. 어쩌면 그때 내 스트레스는 그렇게도 그만큼의 시간이란 걸 이 글에 쏟아부을 만큼 하루에 반나절 이상을 솟구쳤는지도 모른다.


몇 달이라는 꽤나  시간 동안 매주 같은 요일 긴 글을 올리면서 나는   감정에게 참으로 성실했던 거 같다. 그 성실함을 이젠 잃어버렸다기보단 인정하게 된 것 같다. 내가 그냥 며늘희라는 점말이다. 그래서 답답이처럼 꾹 참고 있다는 말이 아니라 / 결코 아니다 싶은 건 무시해버리는 육감보다 더 좋은 '초월감' 같은 것이 생겼다는 말이다. 그래서 난 그렇게 솟구치게 감정에 휘청거리며 스트레스를 받던 그때의 내가 아니게 되었다. 이걸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되었다.





기가 차네 싶다가도_ 그냥 그러려니 하기도 한다. 








아마 나라는 며늘희만이 아니라 다른 며느리들도 그러하리라 생각된다. 그래도 마음을 먹어본다. 그건 그간 있었던 기가 찼지만, 그러려니 넘어갔던 일들도 퇴고해보자고 말이다. 난 감정이 쌓일 땐 글을 쓰는 편이다. 답답할 때마다 끄적였던 내 메모들은 넘쳐 갔으매도 그동안 결코 정리하지 않고 글을 쓰기위해 로그인 하지 않았던건 사실은 내 스트레스에 대한 외면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남는 시간마저 시가일을 되짚으며 불쾌하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의 외면 말이다. 



이젠 웃으며 더 써보련다. 

참나, 나 이랬었지. 라면서 말이다.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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