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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키 Feb 11. 2022

해외 생활을 하며 변화한 나의 라이프 스타일 5가지

나는 아주 평범한 한국의 20대 여자였다.

적당한 직장에서 일하면서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사고, 브랜드 가방을 메고 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며 언젠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살겠지 하며 평범하게 살았다.


그러다 운명같이 남편을 만났고, 나는 서서히 변했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남편을 만나고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남편과 한국에서 만나서 3년을 연애하고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갔다가 아일랜드로 왔다. 남편과 함께하며 해외에서의 삶이 길어지고 30대가 되면서 나는 조금씩 더 한국에서의 내 20대 모습과는 달라지게 되었다.



1. 외모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집으로 가 한국의 길거리로 나가면 거리에서 보이는 가장 촌스러운 사람이 나다. 외국에서도 유명한 16가지 단계의 코리안 뷰티 스텝으로 로션을 바르지도 않고 락다운이 지속되던 시기에 남편이 잘라준 길이가 제각각인 머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더 이상 유행을 따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내가 편한 스타일로 다닌다.


친정집에 도착하면 어머니와 동생은 잔뜩 부풀어있는 내 자연 곱슬머리를 보며 인디언 추장 딸이냐고 놀리지만 나는 인디언 추장 딸로 보일지라도 현재의 내 라이프 스타일에 만족한다.



2. 고가의 브랜드 제품을 소장하지 않게 되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화장품도 백화점에서 지갑도, 가방도 시원찮은 월급으로 이름 있는 브랜드의 것들로 소장했다.


여기서는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나 고가의 의류 브랜드 옷을 입은 사람을 찾는 게 힘들다. 길에서 샤넬이나 루이비통 같은 로고들은 보이지 않는다. 각자의 취향껏 그저 그대로의 자신을 나타내려고 한다.


지금의 변화한 나는 가벼운 에코백이 제일 좋다. 거기에 귀여운 내 똑딱이 지갑만 있으면 오케이다.



3. 다이어트를 하지 않게 되었다.

살이 찌던 빠지던 내가 건강하다고 느끼고 매일 운동을 하고 있으니 체중계 위의 숫자는 더 이상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가끔 예쁜 사람들이 잔뜩 나오는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K-pop 아이돌 영상을 보고 나면 괜스레 시무룩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그냥 나와 사는 세상이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넘긴다. 미디어 속의 예쁜 사람들을 꽃을 바라보듯 그저 예쁘다하며 바라보게 되었다.


게다가 내가 머리를 빡빡 밀어도 내 피부가 파란색이 되어도 사랑할거라고 말해주는 남편이 있으니 다이어트는 내 사전에서 오래전에 삭제되었다.



4.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 해외 생활을 시작했을 때 나의 태도는 “뭐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이 ‘외국인’들은.” 이었다. 내가 그곳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나라에 와서 어학원을 6개월 다녔었다. 그 6개월은 어학뿐만 아니라 나의 편협한 생각까지 변화하게 만들었다. 그곳에서 세계 각국의 친구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면서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 나와는 다른 외모나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틀렸다, 나쁘다, 미개하다’가 아닌 ‘바다 건너의 나라에는 그런 문화가 있구나.’ , ‘저 사람은 개성있네.’라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라마단으로 단식을 하는 사람을 만나도, 온 얼굴에 타투를 한 커플을 만나도,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도 그저 그 사람 그대로를 바라보려고 할 뿐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5. 내가 무엇이든 간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에서 살던 때의 나는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인정받으려고 하고 누군가에게 지적당하거나 평가받을까 두려워 수시로 눈치 보며 사회가 정한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 발버둥 쳤다.


지금의 나는 누가 뭐라던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나에 대한 험담을 듣거나 알게 된다면 당분간은 마음 아프고 우울하겠지만)


나는 곱슬곱슬거리는 풀풀 날리는 머리에 몸에 붙지 않는 펑퍼짐한 원피스를 입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다녀도, 학력도 그저 그렇고 대기업에서 일할 능력도 되지 않지만 그냥 근거 없이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고 나 자신을 인정하게 되었다.




‘잘난 사람’이 결코 아니었던 나는 무한 경쟁 사회인 한국에서 살아남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경쟁 사회를 떠나 각자의 개성이 존중되고 나의 삶이 평가되지 않는 곳에서의 경험은 나를 변화시켰다. 남편과 함께하면서, 해외 생활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 즐겁다.


가족, 친구들과 편리한 한국의 시스템 그리고 내게 익숙한 한국의 문화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내가 눈물 흘리고 힘들어했던 것들을 떠올리면 “나는 또 힘들어할 거야, 못할 거야.”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지금의 태도로 한국에 돌아가 지금의 라이프 스타일로 지낸다면 아마 예전보다는 좀 더 수월하게, 지혜롭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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