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도 결혼이나 임신하는 평균 나이가 더 늦어지고 있는 걸 생각해 보면 내가 결혼하고 임신하게 된 시기가 결코 늦지 않은데 어른들이나 몇몇 사람들은 내가 결혼을 곧장 하지 않고 남편과 동거부터 시작했던 것, 동거하고 결혼하며 둘이서 지내는 시기가 길었는데 바로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을 궁금해하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는 항상 남편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보다 한발 늦은 느낌으로 결혼식도, 신혼집도, 임신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남들은 다 출발선을 떠났는데 나만 출발선을 못 떠나고 이리저리 서성이는 것 같아서 조급했다. 어쩔 수 없이 동동 거리며 기다리다 늦게 출발하고 나서 보니 이게 이득인 경우가 많았다.
출발선에 서서 서성이는 동안 주변 사람들의 결혼식도 그들의 신혼집에도 다양하게 방문했었다. 여러 번 다양한 결혼식이나 신혼집에 다녀오다 보면 어떤 부분은 꼭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생각하게 되고 어떤 부분은 우리 부부가 생각만 맞으면 생략해도 되겠다 싶은 기준들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주변 사람들의 결혼 생활 이야기를 듣고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며 현명한 친구들의 행동을 기억해 두기도 하고 아쉬운 부분은 나는 결혼 후 그런 일이 닥쳤을 때 조금 다르게 대처해야겠다 마음먹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이 모두 인생 선배가 되어서 우리가 출발선을 떠나려고 준비할 때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빠짐없이 해주기도 했다.
서서히 우리는 남들보다 시작이 느린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작년에 집을 계약하면서도 먼저 결혼하고 집을 산 친구들이 대출받은 은행들에 대해서,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다양하게 도움받을 수 있었고 아직 이사 가기 전이지만 남편과 나는 대략적으로 어떤 것들을 꼭 사야 할지 어떤 가구나 가전에 가치를 많이 둘지 수월하게 정하고 계획할 수 있었다.
임신을 확인한 이후에 육아에 대해서도 주변 사람들이 추구하는 제각각의 육아법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시누이, 남편의 친한 친구들, 회사의 직장 동료들 그리고 내 친구들까지 그들의 일상이나 육아에 대해서 듣고 보면서 나도 꼭 저렇게 하고 싶다! , 나는 조금 다르게 해야겠다! 하는 부분들이 확연하게 눈에 보였다.
물론 처음이라 실전에 돌입하면 누구보다 서툴겠지만 가까이에서 보며 간접 경험하고 남편과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남들보다 시작이 느린 게 좋다.
한 번, 두 번 또다시 철저하게 예습하고 실전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너무 좋은 장점이 있다.
친동생이 2020년에 결혼을 했는데 본인은 아직 준비가 안된 것 같지만 임신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느려서 좋은 점도 많다고 꼭 남들이 한다고 나도 당장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지금 내 나이보다 두 살이나 어리니 천천히 준비해도 된다고 아직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면 더 집중해도 충분하다고 말해줬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심지어 내 나이가 임신하기에 너무 젊다고 말한다.)
남들보다 내 시작이 조금 느려도
남들보다 내 꽃이 조금 늦게 피어나도
조급해하지 말라고 나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느림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늦게 핀 만큼 마음에 쏙 드는 예쁜 꽃으로 피어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