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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키 Mar 23. 2022

나를 먼저 사랑할 것

나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었다.​


예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똑똑한 것도 아니고 특기도 없고 뭐든 평균 아니면 평균 이하인 나 자신이 싫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모습을 숨기려고 당당한 척 활발한 척하는 내가 싫었다. 항상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었다.

연애를 해도 나는 불안했다. ‘나를 왜 좋아해?’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그 사람이 언제든지 나를 버리고 떠나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 연애는 길면 고작 5개월 보통은 3개월 정도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남편이 내게는 처음이었다. 1년이 가도 2년이 넘어도 연애를 지속할  있었던.


나는 넓은 어깨와 팔자걸음이 콤플렉스였다.


참, 굵은 무다리도 있다.

어릴 적부터 걸핏하면 “어깨 진짜 넓네, 수영했나?” , (주로 남학생들이) “와.. 내보다 어깨 더 넓을 것 같다.”, ‘그 어깨 넓은 애’로 불린다던가 “팔자로 걷지 말고 똑바로 걸어라. 여자애가 왜 이렇게 팔자걸음이 심하냐.”라는 이야기(혹은 지적)를 종종 들었다.

시댁살이를 하던 시절 시어머니와 쇼핑을 다녀오는  안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팔자걸음과  어깨에 대한 콤플렉스를 공유했더니 시어머니가 깜짝 놀랐다.


시어머니는 우리 시누이가 팔자걸음으로 걸어도 흉하다고 생각한 적도, 고치라고 말한 적도 없다고 했다. 걸음걸이도  사람의 개성이고 그냥 모두가 각자의 걷는 모양이 있는 것이니 그것을 지적하고 고치라고 말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시어머니는  어깨는 하나도 넓지 않고 아름답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가진 특별한 다름이 나를 정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은 내 팔자걸음도 무다리도 너무 사랑스럽다고 한다. 그게 나만 가진 매력이고 나 자체라고 한다. 내 어깨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어깨라고 말해준다.

조금씩 나의 넓은 어깨도, 통통한 무다리도 오리 같은 팔자걸음도 괜찮아 보였다. 그게  자체를 정의하는 일부라고 생각하니 심지어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남편이 아낌없이 건네준 따뜻한 말들은 서서히 나를 바꾸어갔다.

이제 거울 속의  어깨에  이상 눈길이 가지 않는다.

 종아리가 남편보다 훨씬 굵어도 건강한  몸이 기특하다.

그리고 나는 이제 팔자걸음으로 걸어도 당당하다.

평범한 내가 이제는 좋다.

특기는 없지만 내가 가진 쓸데없는 잔재주가 좋다.

똑똑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사람 몫은 하고 있는 내가 기특하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도 그게 나라고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하다.


조금 소심하지만 그만큼 행동에 조심하니 감사한 일이고

내성적이지만  마음은 굳고 강하다.​


나는 비로소  자신을 사랑할  있게 되었다.


나를 사랑하고 나니 남편에게 표현하는 사랑에도 너그러워졌다.

더 깊고 풍부하게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을 대하는 것에도 너그러워졌다.

마음속에 항상 작은 사랑을 품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에게도 너그러워졌다.

내 삶이, 나의 태도가, 나를 둘러싼 세상이 조금씩 달라 보였다.

​​

내가 사랑하는 나와 함께하니 마침내 행복하다 느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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