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JO Sep 01. 2022

여름 그 뜨거움에 관하여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그 세련된 연애관 

8월 오이가 다 말랐다. 상추도 벌레가 다 먹어버려서 먹을 수 있는 게 없었다. 

깻잎도  구멍이 숭숭 났다.


아침엔 왕왕 토스트를 구워 마요네즈를 얇게 바른 다음 얇게 세로 슬라이스 한 오이를 얹어 소금을 솔솔 뿌려먹으면  완벽한 브런치 별미였는데!   올여름 오이 토스트와는 작별 인사를 해야 한다니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오이가 영글었을 때 다 따서 짠지를  담았어야 했는데 후회스럽다.  내년엔 7월에 다 따서 보관을 해둬야 할 것 같다.  너무 뜨거우니 잡초들과 벌레들 때문에 작물들이 다 죽어버렸다.  벌레뿐만 아니라 , 호박잎은 오이를 죽이고 토마토도 죽였다. 호박넝쿨은 여기저기로 뻗어나간다. 호박의 생명력이 굉장해 보인다. 저 생명력이 대단해 보인다기보다 조금 무섭기까지 했다. 작물들을 다 죽여버린 호박넝쿨을 다 베어버릴까 하다가 올 가을 호박 파티라도 할까 해서 죽이지 않았다. 호박잎이 너무 큰 건 버리고, 중간 것 작은 것만 따서 호박잎에 쌈장을 만들어 호박잎 도시락을 해 먹었다. 된장에 호두, 고추 등을 넣어 강된장처럼 만들어 호박잎 쌈을 만들어먹었다. 별미다. 호박잎은 삶지 말고 쪄야 한다. 호박 쌈엔 고기보단 멸치육수를 낸 강된장이 어울렸다. 

여름 맛이다. 어렸을 적 엄마가 해주던 심심하지만, 멸치 풍미가 좋은 강된장의 알싸한 맛이 일품인 호박 쌈. 보목의 여름은 젊은 엄마의 향을 떠올리게 한다. 

햇볕에 빨아 말린 블라우스의 냄새. 

햇볕에 잘 말린 수건 냄새.



정성을 들여야 한다. 섬유연제를 넣지 않아도 햇볕에 잘 말린 냄새가 나도록 , 정성을 들인다는 것. 타인을 위한 마음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마음이 크다. 정성을 들이는 시간 동안 나는 내가 스스로 좋아진다.  

좋은 재료로 오래 보관해서 먹으려면 제대로 된 타이밍에 정성을 들여 재료를 예뻐해줘야 한다.  

인간관계도 프리다이빙도  그러하다



너무 뜨겁다. 뜨거운 것이 좋아라는  메릴린 먼로 주연의 1959년작  영화가 생각이 난다 아차차 우리나라에도 그 영화가 있었지  김민희의 연기 변신이 돋보였던 뜨거운 것이 좋아. 세 자매의 현실적인 로맨틱 코미디 10대 20대 40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둘 다 로맨틱 블랙코미디인 게 현실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나  나오는 순수하고 품위 있는 사랑에  인간이 열광하는 이유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