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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캐생성중 Aug 17. 2020

디올의 시대,
기대해도 좋을까?

Curious

대학생 시절, 나에게 디올은 눈에 띄지 않는 명품 브랜드였다. 그 이유는 바로 디올하면 머릿속에 팍 떠오르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레이디 디올이라는 시그니처 백이 있지만, 디올의 신선한 이미지라는 것이 없었다. 특히나 2011년까지 존 갈리아노가 선보인 디올 꾸뛰르는 일본에서 모티브를 따와 너무 과장되어 따분하게 느껴졌으며, 그 이후 라프 시몬스의 디올은 너무 미니멀한 나머지 심심했다. 하지만 발렌티노의 디자이너였던  Maria Grazia Chiuri가 입성하면서부터 디올은 변신이 아닌 '혁명'으로 불릴 정도로 변혁에 성공했다. 이에 LVMH는 당연히 기쁘지만 디올의 매출이 늘어나서 기쁜 것이 아니다. 드디어 디올이 사람들에게 샤넬의 대항마로서 보이기 때문이다. 샤넬을 얻을 수 없기에 어나더 샤넬이 아닌 샤넬을 누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가지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제 디올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코코 샤넬과 크리스티안 디올은 동시대에 같이 부티크를 운영했으며 라이벌(?) 관계이기도 했다. 1947년 디올이 꾸튀르 데뷔를 하던 날, 샤넬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Dior doesn’t dress women, he upholsters them"


다시 말하자면, 디올은 여성에게 옷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천조가리를 덮어 씌운다는 것이다. 날카로운 비판을 한 샤넬이지만 그만큼 디올이 경쟁자로 보였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지 않나 싶다. 이러한 그들의 팽팽한 신경전은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 디올을 맡고 있는 새로운 디자이너 Maria Grazia Chiuri는 스테디셀러 레이디 디올 외에도 새들백 부활시키고, 로고가 돋보이는 독특한 자수 토트백 디자인을 선보이며 디올 고객층을 한 층 더 두텁게 만들었다. 더구나 꾸튀르에서 과감히 자신의 신념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또한, 디올 남성에 전 루이비통 남성 디자이너 킴 존스가 임명되고, 에어 조던과의 콜라보레이션, 남성버전 새들백을 출시하며 스트릿 감성을 성공적으로 녹여내고 있다.


출처 : Business of Fashion


2019년 디올은 66억 유로, 한화로 9조 27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도 53억 유로보다 24.4% 증가한 것이다. 한편, 샤넬은 109억 유로, 한화로 15조 32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전년보 보다 16.3% 증가했다. 사실상 매출이 거의 2배 정도 차이나지만 디올은 가파른 증가율로 샤넬과의 차이를 줄이고 있다. 점점 그 영향력을 확대하는 디올, 과연 디올의 시대는 올 것인가? 필자와 함께 현재 디올이 펼치고 있는 카테고리를 살펴보면서 알아보자.



1. 레이디 디올



우선, 레이디 디올이 샤넬의 클래식 케비어에 버금갈 수 있을지 살펴보자. 레이디 디올은 1995년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인 베르나데트 시라크가 파리에 방문하는 다이애나 왕비에게 줄 특별한 핸드백을 디올에 주문하면서 탄생한 핸드백이다. 다이애나 왕비가 공식 이벤트에 레이디 디올을 가지고 다니면서 디올의 아이코닉 백이 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오늘날 핸드백을 고를 때 사람들이 빠지는 딜레마이다. 바로 "샤넬 클래식 케비어 VS 레이디 디올" 가격 측면에서 보면 샤넬 클래식 케비어는 900만 원 후반대로 1000만 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골드, 실버, 블랙 메탈 섞인 것은  1183만 원이다) 한편 레이디 디올은 700만 원대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둘 중에 어느 것을 고를지 딜레마를 겪고 있는데 샤넬로 터닝하는 포인트는 무엇보다도 투자의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리세일 마켓에서 샤넬 클래식이 레이디 디올보다 가치가 높다. 



2. Maria Grazia Chiuri의 역할



Maria Grazia Chiuri는 1999년부터 2016년까지 현재 발렌티노의 디자이너인 Pierpaolo Piccioli와 발렌티노 공동 디자이너였다. 이 둘은 로마 디자인 스쿨인 Instituto Europeo di Design 동문이며 친구들을 통해서 만났다. 그리고 함께 1989년 펜디에서 악세서리 디자이너로 10년 동안 일했는데, 이후 발렌티노로 옮기면서도 악세서리 디자이너로 입성했다. 환상의 듀오는 2000년대 초 발렌티노의 핸드백과 아이웨어 카테고리의 변신을 일으켰고, 2003년 'Red Valentino'라는 발렌티노의 세컨 라인의 디자인을 맡으면서 악세서리 외에도 다른 카테고리의 디자인까지 책임을 진다. 그리고 2008년부터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했다.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Rockstud라는 뾰족한 금속 디자인을 고안한 것인데, 핸드백과 신발 등에 사용되며 유행을 이끌었다. 이에 그들은 2015년 발렌티노의 연매출을 10억 달러, 한화로 1조 2000억 원대로 올리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2016년 Maria Grazia Chiuri가 디올의 첫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면서 디올의 디자인은 달라졌다. 악세서리 디자이너 출신이어서 그런지 장식이 화려하면서도 과하지 않으면서 아름답다. 이전 디자이너였던 Raf Simons는 굉장히 미니멀했지만 말이다. 게다가 1999년 존 갈리아노가 만든 새들백을 2018년 버전으로 재해석하고 컬렉션을 통해 여성의 권리에 대한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디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그녀의 예술성과 섬세함은 디올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면서도 밀레니얼 세대를 유혹할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3. 남성 라인


출처 : Business of Fashion


여성라인에는 Maria Grazia Chiuri가 있다면 남성에는 Kim Jones가 있다. Kim Jones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루이비통 남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그는 루이비통 남성에 스트릿 스타일을 녹여내면서 정확히 밀레니얼 세대를 타겟하는데 성공했다. 대표적으로 슈프림과의 콜라보레이션은 루이비통 매출에 톡톡히 기여를 했다. 2017년 6월에 출시된 콜라보레이션은 LVMH에서 Fashion&Leather로 통합해서 실적을 발표하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나 매출 성장에 기여를 했는지 모르지만 2017년에는 9억 6000억 유로, 한화로 약 13조 5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Kim Jones는 히말라야, 남아프리카 등을 여행하며 얻은 영감으로 컬렉션을 만들어왔고, 이를 통해 디자이너로서의 예술성 또한 인정받아 왔다.



슈프림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대박이 나자 LVMH의 계획은 Kim Jones를 디올로 옮겨 남성복을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그 결과 디올 남성은 귀엽고 캐주얼한 스타일로 점점 변해가고 있다. 디올 레터링 티셔츠와 운동화, 여성 라인의 새들백을 스트릿 스타일로 승화시켜 적용한 것을 보면 천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브랜드를 탈바꿈시켰다. BTS의 무대 의상 디자인과 이번에는 디올 X 조던을 선보이며 전 세계 마니아들을 후끈후끈 달아오르게 할 정도로 전략이 기가 막힌다.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은 270만 원에서 300만 원을 주고 샀지만 리세일 가격이 1500만 원 정도이니 그 영향력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4. 결론


디올은 비즈니스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샤넬이 온라인에서 판매를 하지 않는 것과는 달리, 이커머스를 확대해서 매출을 견인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디올은 샤넬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잠시 매출을 떠나서 이 두 브랜드의 포지셔닝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샤넬의 포지셔닝을 생각해보면 샤넬이 영위하는 사업 영역에 관계없이 이 브랜드 자체가 상징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는 것이 핵심이다. 샤넬 클래식은 많은 여성들의 드림백이며 백을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아직 디올의 포지셔닝은 샤넬의 수준까지는 오지 못했다. 이 때문에 디올도 똑같이 샤넬과 같이 가격을 올려도(물론 샤넬보다는 덜 공격적으로 올렸지만) 샤넬런은 있어도 디올런은 없다. 


그렇다면 디올은 샤넬처럼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해 똑같은 절차를 밟으면 되는 것인가? 현재로서는 매우 어렵다. 샤넬은 여성 라인만 있지만 설립 때부터 줄곧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해 강조해 온 브랜드이다. 과거에나 지금에도 마케팅 전략이나 표현 수단은 다르겠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하나는 변함없다. 또한, 주얼리, 뷰티 등 사업 부문이 나누어져 있어도 패션 부문과 동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J12의 고급스러움과 샤넬 코코크러쉬의 아우라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우리는 37년 동안 샤넬의 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트를 잊을 수가 없다. 그 오랜 시간 샤넬을 담당해온 그 이기 때문에 그의 유산은 디자이너가 바뀌어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며, 그가 승화시킨 샤넬의 가치는 Timeless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반면에 디올은 여성, 남성, 주얼리, 뷰티 사업 부분이 다 따로 논다. 각자 타케팅도 다르며, 사업마다 포지셔닝도 다르다. 따라서 넓은 고객층을 아우를 수 있지만 통일된 느낌이 들지 않고, 디올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디올이 모를리는 없을 터. 그래서 새들백을 남성에서도 선보이던가 향수에서 사용하던 '자도르' 슬로건을 펌프 슈즈에도 입히면서 브랜드가 영위하는 사업의 이미지를 통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디올의 움직임이 기대가 되는 것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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