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야라고 불러주던 다정한 목소리들이 하나둘 사라져간다.
미야~~ 단술 무을래?
미야~ 할머니 심부름 좀 해도고. 주리 단단히 받아온나.
할머니의 심부름을 잘 해내기 위해 저 언덕 너머에서부터 숨이 차게 뛰어가던 어린 나의 얼굴은 늘 빨갛게 부풀어 올라 몽골 아이처럼 거슬거슬했다.
미야~ 니만 보면 내가 마음이 아리다
니가 혼자 다 한다고 고생이 많제~
늘 나를 쳐다보던 눈망울에 물기가 서려 있던 외할머니의 목소리
구순 잔치를 하고 난 얼마 뒤 돌아가실 것을 예감하셨는지
다들 이렇게 얼굴 봐서 좋네 그러셨다.
미야~ 나와서 밥 묵으라
미야~ 이 음악 좀 들어봐라
미야~ 옥상에서 수박 먹으면서 별 좀 보자
엄마 아빠와 세 자매가 쪼르륵 평상에 함께 누워 하늘의 별을 쳐다보던 밤
일부러 잠든 척을 했고
아빠가 안아서 방으로 데려다주면 그대로 스르륵 잠이 들곤 했다.
어느 외로운 밤 고요한 방안에 앉아
그들이 불러주던
다정한 미야~ 소리를 되새기다 보면
어느새 목이 부풀어 메어온다.
그렇게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소리들이 멀어져간다.
아이들의 이름을 더 다정하게 불러줘야 하겠다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