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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집 Nov 19. 2024

저 먼 기억 너머의 너를

당의정_한강

당의정     


                                                                                                                                                                                                                                                                                 한강



자신에 대한 연민 없이, 마치 다른 사람의 삶에 호기심을 갖듯 그녀는 이따금 궁금해진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먹어온 알약들을 모두 합하면 몇 개일까? 앓으면서 보낸 시간을 모두 합하면 얼마가 될까? 마치 인생 자체가 그녀의 전진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그녀는 반복해서 아팠다. 그녀가 밝은 쪽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 힘이 바로 자신의 몸속에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그때마다 주춤거리며 그녀가 길을 잃었던 시간을 모두 합하면 얼마가 될까?




오래전 길을 잃고 안개 속에 숨던 나날을 떠올리게 된다.

여전히 한강의 글을 읽으며 저 밑바닥 고여있던 내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있다. 


지난 주말 거의 20년 만에 묵혀 두었던 짐들을 꺼냈다. 

일부는 쓰레기통에, 일부는 추려 집으로 가져오면서, 그 시절의 나와 만날 시간을 미루고 있다.


그때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그때의 나는 누구를 만나고 있었지?

그때의 나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었지?


아득한 미래는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가까워지지 않는다. 


어떤 반짝이던 순간,

이제야 비로소 그때 너는 반짝였느라고 속삭일 수 있는 순간.

행여 누가 들을까 살살 말하는 순간.


그 순간의 기록을 곧 보게 될 것이다.

저 먼 기억 너머의 너를.


그러니 어떤 기록은 곰팡이가 피어도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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