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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히 라 Mar 19. 2024

응급실 출석

기록하는 기억 ㅣ 엄마는 육아 중 ♪

어린이집 결석, 첫 응급실 출석



딱 두번 결석하고 모두 동물도장 쾅쾅 찍어 온

은유의 어린이수첩 !




사실 지난 화요일 밤 .

그러니까 정확히는 수요일 새벽 : 은유가 자다가 으앙대며 우는 소리에 잠깐 토닥토닥 하러 들어가 안아 준 은유의 몸이 글쎄 불덩이 였다.

지금까지 아무리 감기에 걸렸어도 고열이라 부르기엔 애매한 정도로 열이 났었던 은유가 이정도로 뜨거운적은 없었기에 나는 너무 당황했지만 침착한척을 해대며 해열제를 찾았다.


은유는 닭똥같은 눈물방울을 흘리며 “아포 아포”를 외쳤고 나는 언제나 그렇듯 이또한 지나갈거라고_ 내일 아침이면 세상 멀쩡할 은유를 상상하며 약만 먹어주길 바랬다. 그런데 은유는 해열제도 거부하고 울기만 했다. 양볼이 빨갛게 달아 올라 온몸이 뜨거운 아이를 안고 잠이라도 재워보려 노력했지만 아무래도 너무 아파 잠이 오지 않는것 같았다.


계속되는 은유의 울음소리에 앵기맨까지 깼고

체온계를 가져와 확인 해 본 결과 39.5도




앵기맨은 잠시 생각하더니 아직 반도 못뜬 눈으로 응급실에 가자며 옷을 바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나도 따라 나섰다. 은유는 가는 내내 울어댔고 첫번째 도착한 병원에서 소아진료가 불가하다는 말을 듣고 더 큰 병원을 찾아 나서야만 했다. 나름 이름있는 큰 병원에 도착했는데 그 병원 또한 소아과 진료는 가능하지 않다는 말을 해댔다. 3차기관- 그러니까 대학병원으로 가라는 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이가 심하게 열이나면 119를 부르는게 제일 안전하다는 말이 불현듯 스쳐지나갔다. 이 새벽에 병원을 찾아 돌아다니다 시간만 그저 지나쳐보내고 아이는 더 아파 울기만 하는 꼴이었다.


앵기맨이 찾은 현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은 천안에 위치한 단국대학교 병원 응급실이었다. 천안으로 간다는 말에 놀라움과 당황함이 있었지만, 앵기맨은 위로 올라가는 쪽보다는 아래로 내려가는 쪽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솔직히 내가 사는 도시에 아기를 봐줄 응급센터가 없다는 것과 대학병원이 하나도 없다는 그 사실이 속상했다. 그 새벽에 달리는 차안에서 이래서 서울에 살아야 하는건가, 이놈의 인프라는 왜하필 이럴때면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건지, 어이가 없어 짜증도 났다.




그렇게 도착한 천안에서 단국대 병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벚꽃이 한창이었다. 새벽3시에 구경하던 그 만개한 벚꽃놀이는 아마 한참이 지나도 아무래도 뚜렷하게 생각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은유는 다행히 잠들어 있었고 난리브루스가 지나간 앵기맨과 나는 그 풍경을 보며 허허 웃어댔다. 이렇게 꽃이 핀줄도 몰랐다며 올해 첫 벚꽃놀이를 이 야밤에 할 줄 몰랐다며 우리는 그렇게 웃어댔다.





병원에 도착해 은유에게 쏟아지는 질문과 절차를 밟고 온갖 검사를 해댔다. 오는동안 다행히 열이 떨어져 있었고 잠에서 깬 은유는 자신의 팔에 끼워진 파란팔찌가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잠옷에 수면조끼에 급하게 양말만 신기고 겉옷으로 돌돌 싸매고 온 은유는 응급실이 낯설었는지 내가 일미터도 떨어지는걸 견디지 못했다.



은유의 병명은 : 상세불명의 급성 편도염


그 진단을 받기까지 수액을 맞고 피검사등을 하며 날밤을 새고 아침 7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은유가 정말 효녀인건 앵기맨이 쉬는날 아파줬다는거다. 창립기념일이라고 휴가를 받아 온 앵기맨이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 그렇게도 아파주었다.


전날 앵기맨은 내일 10시까지 늦잠을 자고 디아블로를 하며 하루를 탕진하겠노라 계획했었다. 그런데 효녀은유는 그런 아빠의 잉여시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건지 어쩌면 그보다 나은 응급실 경험을 안겨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우리는 계속 침대에서 뒹굴렀다. 밤을 샌 후유증은 쉽사리 달아나지 않아 이번주 내내 우리는 다같이 겔겔된 것만 같다.


은유는 그렇게 이틀을 결석했고 열은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39도까지 오르는 일은 이젠 없다.


그날 왜 갑자기 그렇게 열이 났는지는 의사의 진단명대로 정말 상세불명이다. 전날 산책하며 바람쇤 것이 원인 이었는지, 아니면 토끼인형을 씻겨주며 너무 오래 목욕한 탓인지, 별 생각이 다 들며 내 잘못같아 자책도 했지만 이렇게 아프며 애는 크는거라고 믿어본다.


한번 크게 아프고 나면,

또 참 잘 자라는게 아이들 이라고 하지 않던가 .



아무튼 내 결론은, 대학병원이라는 인프라가 생기길 바란다. 더 반전은 소아 응급센터가 아주 가까운데 있었다는 사실이었지만 말이다.



#그날의기록

#야밤의벚꽃놀이

#은유의첫응급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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